흑인 인권운동 1세대 제임스 볼드윈
‘빌스트리트…’ ‘단지 흑인…’ 2권 출간
달라지지 않는 美사회 심각성 와닿아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제임스 볼드윈 지음/고정아 옮김/열린책들/304쪽/1만 3800원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제임스 볼드윈 지음/박다솜 옮김/열린책들/160쪽/1만 2800원
작가이자 민권 운동가였던 제임스 볼드윈은 ‘조반니의 방’,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을 비롯해 흑인 생활과 인종 관계를 묘사한 소설들을 썼다.
열린책들 제공
열린책들 제공
1970년대 미국 할렘의 한 거리, 어릴 때부터 이웃이었다가 함께 미래를 꿈꾸는 연인으로 발전한 티시와 포니가 있다. 둘은 결혼을 약속하고 같이 살 집을 겨우 마련했지만,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쳐 포니를 체포한다. 포니가 감옥에 들어간 이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티시는 포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백방으로 노력한다.
책의 미덕은 당대의 사회상 고발에 그치지 않고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점이다. 볼드윈은 백인이라면 무조건 적대적이었던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그의 사고는 흑백논리로 닫히지 않았다. 그 자신도 이민자인 소수자이면서도 흑인 연인을 비호하는 이탈리아 여성, 포니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백인 청년 변호사 헤이워드의 존재는 희망적이다. 포니를 용의자로 지목했던 강간 피해자, 로저스 부인을 찾아 푸에르토리코로 건너간 티시의 엄마 샤론. 샤론이 거기서 목도한 현실은 할렘보다 더욱 누추한 쓰레기 범벅과도 같은 주거지역 파벨라였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일들은 ‘네 열등함의 증표가 아니라 그들의 비인간성과 두려움의 증표’라고 상기시켰다. 사실 백인과 흑인 중 상대를 수용해야 할 주체는 백인이 아닌 흑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흑인이자 동성애자였고,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조국인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국외자로 살았던 ‘다양한 층위의 소수자’ 볼드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였던지 더욱 너른 품을 가진 인간이었다.
추천사에 소설가 장정일은 “미국은 흑인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의 슬로건을 살짝 돌려 말했을 뿐인데, 심각성이 절절히 와 닿는다. 국가라는 주체가 특정 인간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일이 볼드윈 사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볼드윈의 언설이 여전히 뼈아픈 이유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7-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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