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나라는 번영하고 어떤 국가는 끝까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번영의 역설´은 올해 초 작고한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지론인 `파괴적 혁신´을 가난한 나라들에 적용해 풀어낸 경제 이론서다.
●아프리카 등 ‘밀어붙이기’식 개발 실패
1970년대 초 2년간 한국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살았던 크리스텐슨은 가난을 떨치고 부유한 나라로 도약한 한국의 발전상에 주목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한국만큼 가난했던 나라들이 한국과는 다르게 여전히 가난한 이유를 파고든 것이다.
크리스텐슨이 콕 짚어 지목한 지속적인 가난의 원인은 바로 `밀어붙이기´식 개발이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아프리카 등지에서 흔하게 진행돼 온 개발 전략은 모두 헛된 실책이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우물이나 화장실, 학교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 봤자 가난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뿐이다.
눈에 보이는 가난의 징표를 바꾸는 `밀어붙이기´식 개발 실패는 흔하다. 2014~2015년 1000만개에 이어 2019년까지 6000만개를 더 지을 계획이었던 화장실이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된 인도의 위생시설 개선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10억 달러짜리 아프가니스탄 교육 인프라 투자, 탄자니아의 2억 달러 규모 학교 인프라 투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최첨단 병원 사업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 시장 기반 혁신 ‘끌어당기기’ 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저자가 낸 해결책은 시장 기반의 `끌어당기기´ 전략이다. 소모적인 인프라 개선이며 제도 개혁, 부패 척결 같은 전통의 밀어붙이기식 개발 대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수익과 일자리, 문화 변화를 이끌어내라는 것이다. 처음엔 비웃음을 샀지만 결국 미국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은 헨리 포드의 자동차는 시장 창조 혁신의 대표적인 예다.
“가난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번영을 창조하는 일과 똑같지 않다”는 저자는 “가난만 보지 말고 기회를 보라”며 `발상의 전환´을 거듭 강조한다. “혁신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20-05-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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