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말고… 2차 대전에 불을 댕긴 선량한 사람들

히틀러 말고… 2차 대전에 불을 댕긴 선량한 사람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1-30 17:38
수정 2020-01-3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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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A J P 테일러 지음/유영수 옮김/페이퍼로드/560쪽/3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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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라 하면 대개 전쟁광 아돌프 히틀러를 떠올릴 것이다. 사악한 히틀러와 그 일당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독일 국민을 속여 전 세계를 격정의 포화 속으로 밀어 넣었다는 바로 그 생각.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저자 A J P 테일러는 2차 세계대전의 이면을 치열하게 쫓았다. 당시 외교 기록과 히틀러의 공식 및 비공식 발언, 전후 전범재판 기록, 전쟁 이전과 전쟁 기간 내 주요국 통계 지표를 풍부하게 찾아내 전쟁의 원인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독일이 당시 전쟁을 할 여력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의 군비 지출은 영국보다 적었고, 히틀러도 경기 하락을 부를 군비 지출로 국민의 인기를 잃고 싶지 않았다. 히틀러는 독일이 전쟁을 시작할 능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소규모 무력시위와 으름장만으로 승리를 얻으려 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상대인 오스트리아의 슈슈니크, 체코슬로바키아의 하하, 영국의 체임벌린, 프랑스의 달라디에는 정작 히틀러의 위협에 불을 댕기고야 만다. 저자는 이와 관련, “전쟁은 독재자 한 명의 사악함이 아니라 선량한 다수의 실수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히틀러에게 죄를 뒤집어씌움으로써 나머지 독일인들은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히틀러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전쟁 발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책은 1961년 출간 직후 격렬한 논쟁을 불렀고, 저자는 ‘나치의 부역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가장 잘 설명한 고전으로 꼽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1-31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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