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생에도 다시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싶다”

“그리고 내생에도 다시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싶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20-01-08 01:00
수정 2020-01-0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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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 10주기 다시 만나는 법정 스님

생전 연재글 묶은 ‘스스로 행복하라’ 출간
“글·말 빚 안 가져가” 유언으로 절판 선언
인생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되는 글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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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 10주기, 그는 갔어도 글은 남았다. 2007년 8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하안거 해제법회를 위해 법정스님이 극락전으로 향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열반 10주기, 그는 갔어도 글은 남았다. 2007년 8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하안거 해제법회를 위해 법정스님이 극락전으로 향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187쪽, ‘무소유’ 중)

‘그리고 내생에도 다시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싶다. 누가 뭐라 한대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 다시 출가 사문이 되어 금생에 못다 한 일들을 하고 싶다.’(61쪽, ‘미리 쓰는 유서’ 중)

전남 순천의 송광사 뒷산에 자신이 지은 불일암에서, 강원도 산골의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며 살았던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언제나 큰 울림을 준다.

“스님은 10년 전 돌아가실 때 말과 글 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지금껏 스님이 남기신 말씀과 글은 저에겐 성경처럼 채찍이 되기도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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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1932~2010) 열반 10주기, 스님의 행복론을 담은 수필집 ‘스스로 행복하라’를 출간한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이렇게 말한다.

법정 스님은 1976년 처음 발간한 산문집 ‘무소유’를 시작으로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오두막 편지’ 등 맑고 향기로운 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풀어놓은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더이상 출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책 대부분이 절판되어 스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스스로 행복하라’는 스님의 열반 10주기,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에 맞춰 냈다. 스님이 생전에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한 ‘산방한담’(山房閑談)이 수록된 월간 ‘샘터’가 스님의 유지를 받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와 협의한 결과다. 책은 스님이 남긴 글들 중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가려 뽑아 묶었다. 1장 ‘행복’에는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가르침을, 2장 ‘자연’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충만한 삶을 설파하는 글들을 담았다. 3장 ‘책’에는 ‘어린 왕자’, ‘모모’, ‘희랍인 조르바’ 같은 책에서 발견한 지혜를 전하며, 4장 ‘나눔’에는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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