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혀도 일어나는 위안부 그 너머의 삶

밟혀도 일어나는 위안부 그 너머의 삶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8-14 18:24
수정 2017-08-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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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할머니 삶 담담히 담은 김금숙 작가 장편만화 ‘풀’ 출간

유난히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계집아이 옥선이가 있다. 오남매 중 둘째다. 오빠 하나 학교 보내기도 빠듯한 터라 애원하고 울어봐도 별무소용이다. 아버지가 허리 다치며 형편은 더 어려워져 우동가게에 수양딸로 보내진다. 사실, 팔려간다.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뻐했는데 학교는 문턱도 못 가보고 매일 식모살이다. 술 시중을 들라는 말을 듣지 않자 몇 달 만에 울산 술집으로 보내진다. 또 부엌데기다. 그곳에서 심부름 나섰다가 낯선 조선 남자 두 명에게 붙들려 강제로 옌지 동비행장까지 보내진다. 1942년 여름 옥선이 나이 열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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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담은 장편만화 ‘풀’(보리 펴냄)이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출간됐다. 이옥선(90)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김금숙 작가가 흑과 백의 담백한 먹그림으로 그려냈다. 그간 영화나 소설, 그림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있었지만 만화 분야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작가는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던 시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아픔과 상처를 과장하지도,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도 않는다. 어떤 장면에서는 다섯 쪽에 걸쳐 스무 컷 이상을 먹으로 가득 채우기도 한다.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살아가는 모습까지, 이 할머니를 ‘위안부’ 피해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오롯이 펼쳐낸다.

프랑스 유학 시절 조각가에서 만화가로 방향을 튼 김 작가는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한다. 2014년 프랑스 앙굴렘만화축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자 개최한 ‘지지 않는 꽃’ 전시에서 단편 ‘비밀’을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장편을 마음먹었다. 지난해에는 ‘풀’의 일부분인 ‘미자 언니’로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488쪽. 2만 60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7-08-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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