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책] 우리 아이들은 원하는 섬에서 살고있는 걸까

[이주의 어린이 책] 우리 아이들은 원하는 섬에서 살고있는 걸까

입력 2017-08-04 17:28
수정 2017-08-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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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아일랜드/김려령 지음/이주미 그림/비룡소/204쪽/1만원

완벽한 휴가를 위해 떠난 섬이 점점 기묘한 얼굴을 드러낸다. 잘 꾸민 정원과 섬 안을 누비는 트램 등만 보면 선택이 맞았다 싶다. 하지만 섬에는 이방인의 눈에도 감춰지지 않는 극단이 있다. 언덕 정상을 꼭짓점으로 단장한 시내와 달리 바닷가 하리마을 풍경은 황막하다. 강주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난 ‘부유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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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냄새를 먼저 감지한 건 엄마도 아빠도 아닌 강주다. 섬 아이들과 편견 없이 어울리며 섬 곳곳을 탐색해 나가는 강주는 티 없는 눈으로 부유도가 쓴 가면을 걷어낸다. 마을 한편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산, 하리마을에 갇혀 사는 섬 친구들, 마을 아이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어른들 등으로 의문을 키우던 강주는 섬 친구 초이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형, 사람들이 왜 우리 섬을 못 찾는 줄 알아? 우리 섬은 뿌리가 없어서 그렇대. 둥둥 떠다니는 섬이지. 그래서 아무도 우리 섬을 못 찾아.”

들어온 사람은 나갈 수 없고, 나간 사람은 다시 들어올 수 없는 곳.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그러니 현대사회에선 필수처럼 되어버린 자신의 위치 정보는 더더욱 알 수 없는 곳.

일견 가능하지 않은 세계 같다. 하지만 사소한 차별로 약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왜곡된 잣대로 하찮음과 특별함을 가려 분류하는 섬의 갖가지 단면들은 전혀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생동하는 서사로 공감대를 넓혀 온 김려령 작가의 신작이다.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이후 3년 만에 펴낸 동화의 끝에 작가는 작품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봐 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원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지는 않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지. 저는 아이들이 버티는 세상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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