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나온 코끼리/황K 지음·그림/책읽는곰/44쪽/1만 2000원
‘이 세상 어느 코끼리 이보다도 하얗고 이쁘게 끝이 살짝 말린/수술 둘이 상아처럼 뻗쳐 있다.’
달개비꽃 밖으로 뻗어나온 수술을 보고 코끼리의 영롱한 상아를 연상한 황동규 시인의 시 ‘풍장 58’의 한 구절이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이 구절에서 가지를 뻗은 이야기다.
꽃송이 하나, 꽃 속 수술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던 아이는 꽃 속에서 살금 걸어나오는 뭔가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긴 코를 살랑살랑, 큰 귀를 팔랑팔랑 흔들어대는, 코끼리다.
아이는 제 주먹보다 작은 코끼리를 보며 ‘시골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낀다. 신비로운 한편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아이는 코끼리에게 바람개비를 돌려 주는가 하면, 필통을 열어 놀이터 삼아 놀게 해 준다. 고작 몇 분 놀고 잠든 코끼리가 깰까 안절부절못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놀란 코끼리가 다치진 않았는지 제 몸보다 아낀다.
자신보다 연약한 생명의 기쁨과 평화, 안식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귀히 여기는 아이의 태도는 누가 가르쳐 주거나 강요한 것이 아니다. 아무 의심도 두려움도 없이 자신과 눈을 마주쳐 오는 코끼리의 말간 눈을 들여다보며 절로 솟는 마음이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행복에 힘쓰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아이의 자세는 타인에 대한 감각이 부재한 이 시절에 더욱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이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곱고 귀한 것들을 꿈꾸는 일이니 참 행복하다”는 작가의 말과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다. 3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달개비꽃 밖으로 뻗어나온 수술을 보고 코끼리의 영롱한 상아를 연상한 황동규 시인의 시 ‘풍장 58’의 한 구절이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이 구절에서 가지를 뻗은 이야기다.
꽃송이 하나, 꽃 속 수술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던 아이는 꽃 속에서 살금 걸어나오는 뭔가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긴 코를 살랑살랑, 큰 귀를 팔랑팔랑 흔들어대는, 코끼리다.
아이는 제 주먹보다 작은 코끼리를 보며 ‘시골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낀다. 신비로운 한편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아이는 코끼리에게 바람개비를 돌려 주는가 하면, 필통을 열어 놀이터 삼아 놀게 해 준다. 고작 몇 분 놀고 잠든 코끼리가 깰까 안절부절못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놀란 코끼리가 다치진 않았는지 제 몸보다 아낀다.
자신보다 연약한 생명의 기쁨과 평화, 안식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귀히 여기는 아이의 태도는 누가 가르쳐 주거나 강요한 것이 아니다. 아무 의심도 두려움도 없이 자신과 눈을 마주쳐 오는 코끼리의 말간 눈을 들여다보며 절로 솟는 마음이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행복에 힘쓰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아이의 자세는 타인에 대한 감각이 부재한 이 시절에 더욱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이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곱고 귀한 것들을 꿈꾸는 일이니 참 행복하다”는 작가의 말과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다. 3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1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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