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말 듯 ‘애돌애돌’ 했던… 최고령 소설가의 작품 다시 읽기

알 듯 말 듯 ‘애돌애돌’ 했던… 최고령 소설가의 작품 다시 읽기

김승훈 기자
입력 2015-11-29 17:38
수정 2015-11-3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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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민충환, ‘최일남 소설어 사전’ 펴내

현존 소설가 중 최고령인 최일남(83) 작가의 작품 속 어휘를 정리한 ‘최일남 소설어 사전’(조율)이 나왔다. 여러 작가의 소설어 사전을 내며 소설 속 우리말의 외연을 넓혀 온 문학평론가 민충환(70) 전 부천대 교수가 엮었다.

최일남 소설가
최일남 소설가
민 전 교수는 “언젠가 ‘문학 작품 속 난해한 어휘의 뜻을 필자에게 직접 물어 확인, 정리해 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은 내가 작업한 것이 아니라 최 작가의 증언을 직접 채록한 기록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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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기 부천시 중동역 인근 고서점에서 최 작가의 단편집 ‘누님의 겨울’을 발견했다. 예전에 감명 깊게 읽은 그 책이 여느 책과 섞여 허드레 취급을 받는 게 마치 자신이 모욕받는 것 같았다고 한다. 최 작가에 대한 연민의 정이 솟아 지난해 한 해 동안 그의 소설 166편을 모두 찾아 읽었다. 작품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간혹 흰쌀에 뉘 섞이듯 뜻을 알 수 없는 말들이 독서에 적잖은 장애가 됐다. 민 전 교수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들의 뜻을 알기 위해 부득불 작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며 “내 물음에 금실로 한 땀 한 땀 뜬 듯한 작가의 정성 어린 답변이 혼자만 보고 우물쩍하기에는 너무 귀한 것이라 여겨져 책을 엮게 됐다”고 말했다.

책에는 구수한 방언, 일부 지역에서만 쓰는 지역어, 속담, 관용구 등 최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어휘의 뜻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3200여개의 예문도 달려 있다. 쑤싯돈(매우 적은 돈), 콩알콩알하다(불만을 자주 입 밖에 내다), 빗감도 앓는다(얼씬도 하지 않는다), 애돌애돌(매우 속상한 모양을 이르는 말), 되민증(시골 사람을 이르는 말), 다모토리(소주를 큰 잔으로 마시는 일 또는 그 술을 파는 선술집) 등 민 전 교수의 말처럼 작가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어휘도 수두룩하다.

최 작가도 어휘 뜻풀이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 손으로 쓴 글자의 맞춤한 해석이 녹록하지 않았다. 내 고장 특유의 방언과 말끝마다 곁들이기 쉬운 속담이나 관용어가 이렇게도 많고 꽤 까다로울까 싶었다. 평생토록 끼고 산, 먼지 낀 내 언어의 재고 관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회고했다.

민 전 교수는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었을 때 작품에 나오는 ‘콩을 심으며 가다’가 무슨 뜻인지 몰라 매우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이곳저곳에 자문한 끝에 ‘다리를 절름거리며 걸어가다’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된 뒤 작품 속 난해한 어휘는 작가 생존 시 규명해 놔야 한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 후 이문구, 송기숙, 박완서, 오영수 등 작가들의 소설어 사전을 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11-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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