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처럼 남성도 문화에 착취당한다

여성처럼 남성도 문화에 착취당한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9-25 16:44
수정 2015-09-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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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되는 남자/로이 바우마이스터 지음/서은국 등 옮김/시그마북스/528쪽/2만 5000원

요즘 감히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면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간이 큰 사람이라고 지탄받기 십상이다. 이른바 ‘알파걸’이 출현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들이 성장해 사회각계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의 등장은 뉴스거리도 안 되는 세상이다. 남성성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여성들이 리더십을 장악하고, 남성들은 주로 육체노동을 담당하는 2류시민으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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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세상의 의식변화에 이의를 제기한다.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로 사회심리학 대학원의 프로그램장을 맡고 있는 바우마이스터는 ‘소모되는 남자’에서 남성들이 갖게 된 우연적인 요소로 인해 문화는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관계 모형을 근간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적대적이기보다는 협동적이었다. 다만 다른 모든 종들과 마찬가지로 인류 조상도 알파메일로 불리는 우두머리 수컷들만이 번식할 수 있었고, 자연히 남성의 진화적 전략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과 보호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를 선호하고 이런 관계방식에 뛰어난 반면 남성들은 서로 경쟁하고 더 큰 범위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남녀 불평등에 대해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고, 성공한 문화들은 다른 경쟁 문화를 능가하기 위해 이런 남녀 차를 더욱 부각시켜 왔다”며 “문화는 남성의 역할을 성취하고, 생산하며, 다른 이들을 부양하고, 필요하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강요함으로써, 결국 남성을 착취한다”고 주장한다. 남성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화로부터 상당한 이점을 얻지만 그로 인해 받은 고통도 크다는 점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는 주장을 담은 책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의 젠더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9-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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