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글 모음집 펴낸 시인 안도현·소설가 김탁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게재한 글 중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들만 가려 뽑은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최근 3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 1만여개 중 244개를 추린 시인 안도현(54·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잡문’(이야기가있는집)과 지난 10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칼럼 중 50편을 엄선한 소설가 김탁환(47)의 산문집 ‘아비 그리울 때 보라’(난다)다.시인 안도현
이야기가 있는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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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좋아서 나는 시를 안 써도 시인’(13쪽)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시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산문도 아닌, 그러나 시와 산문의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긴장한 흔적들이 모여 있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떫은 시간에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글들을 추려 모았다. 내 이마 위를 스쳐 간 잡념들과 하릴없는 중얼거림이,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욕망이 문장에 스며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시인의 절실함, 잡다한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항소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13년 7월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언제쯤 다시 시를 쓸까. ‘시가 있는 마을에서 멀리 걸어 나왔다. 그 마을로 가려면 또 멀리 걸으며 아파야 한다. 그러므로 객지 생활에 잘 적응해야 한다.’(224쪽)
소설가 김탁환
난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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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탁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궁구한다. 그의 산문집은 서평도 책 소개문도 독서일기도 아니다. 책의 생명록이다. 그가 읽은 책들은 무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번 산문집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가격을 매겨 팔긴 하지만 정성을 쏟은 문장이 담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깨달음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의 따뜻함을 이 산문집으로 만들어 이어 가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9-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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