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본 어린이의 문화와 어른들의 오해

인류학자가 본 어린이의 문화와 어른들의 오해

박록삼 기자
입력 2015-09-12 00:08
수정 2015-09-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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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인류학/헤더 몽고메리 지음/정연우 옮김/연암서가/496쪽/2만 3000원

소파 방정환이 아동 복지의 첫 싹을 틔운 이후 혹은 서양에서 아동 노동의 역사가 자취를 감춘 이후 어린이들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주체적인 존재로 존중받기보다는 여전히 훈육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무한경쟁이 강조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지배적 조류가 되면서 아이들은 다시 복지의 영역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 속에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유년기에 대해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는 아직 인간이 되는 중이다’라는 생각을 거부하며, 덜 자란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 그 자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어린이들만의 소중하고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려 한다.

서점에 차고 넘치는 교육과 관련된 방법, 철학 등을 담은 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어린이의 개념, 유년기 인류학의 역사, 문화권별로 다른 체벌과 학대, 어린이의 섹슈얼리티와 성인식 등 다양한 문제를 찬찬히 짚어 낸다. 예컨대 여러 가지 체벌 형태를 살펴보면서 한 사회가 어린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폭넓은 질문을 던지고, 자칫 흐릿해질 수 있는 교육과 체벌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또한 어린이 성인식에 대한 고찰은 아동 성학대 등 사회문제와 연계되며 새로운 논의의 필요성을 열어 두고 있다. 어린이의 성적 경험을 어린이 고유의 시각으로 분석한 자료는 아직 없는 데다 아동 성학대를 둘러싼 문화적 차이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태국 등의 아동 매춘 문제점에 천착해 온 저자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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