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보다 한식, 묘지는 현지식… 친숙하고도 낯선 ‘까레이치’ 생존기

추석보다 한식, 묘지는 현지식… 친숙하고도 낯선 ‘까레이치’ 생존기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9-14 20:18
수정 2022-09-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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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고려사람’ 특별전

빅토르 안 작가 사진 60여점 전시
한글 배우고 홍범도 동상에 헌화
한국식 농기구 쓰며 대평원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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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의 흉상에 한 고려인이 꽃을 바치는 모습을 통해 머나먼 타지에서도 한국의 정체성과 풍습을 간직해 온 고려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홍범도 장군의 흉상에 한 고려인이 꽃을 바치는 모습을 통해 머나먼 타지에서도 한국의 정체성과 풍습을 간직해 온 고려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러시아어로 고려인은 ‘까레이치’라고 한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 부른다. ‘고려사람’이란 단어는 그들이 조상처럼 연해주의 조선인도 아니고, 한국인과 구별되는 다른 범주의 공동체로 자신들을 인식함을 보여 준다. 이들을 지탱하는 힘은 낯선 땅에서 생존과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공통의 기억이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오는 11월 7일까지 진행 중인 ‘까레이치, 고려사람’ 특별전은 사진을 통해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삶을 조명한 전시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사진작가 빅토르 안(75)이 기증한 사진 352점 중 60여점을 선정했다. 빅토르 안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사진작가로 ‘고려일보’ 등에서 일했고, ‘고려인의 역사, 고려인의 모습’을 주제로 현재까지 옛 소련 지역 고려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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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의 결혼식 풍경을 통해 머나먼 타지에서도 한국의 정체성과 풍습을 간직해 온 고려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고려인들의 결혼식 풍경을 통해 머나먼 타지에서도 한국의 정체성과 풍습을 간직해 온 고려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는 ‘일생의례’, ‘세시’, ‘음식’, ‘주거’ 등 9개의 섹션에 걸쳐 고려인의 생활문화를 소개한다. 사진 속 고려인들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우리가 잘 아는 얼굴, 풍습이면서도 잘 모르는 배경, 어딘가 조금씩 다른 문화가 모순적인 감상을 자아낸다.

한국식 농기구로 농사를 짓는 이들의 배경이 한국에 없는 대평원이거나 설, 한식, 단오, 추석 중 한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그런 예다. 장례를 치를 때 한글로 쓴 명정을 필수로 여기고 고인의 물건을 태우면서도 묘의 조성은 전통적인 봉분보다는 현지 방식을 따르는 점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의 문화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 낯선 모습은 상황과 환경에 맞춰 재구성된 고려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보여 준다.

그래도 장기와 화투를 진심으로 두는 ‘놀이’ 섹션만큼은 이질감 없이 다가오며 전시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고려인들이 한글을 배우는 사진이나 홍범도 장군의 동상에 헌화하는 사진은 이역만리에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며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전시를 준비한 최효찬 학예연구원은 “우리는 고려인을 안타까운 경험을 한 동포로서 연민의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은 고려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스스로를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한국인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 자기 정체성을 가진 고려인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22-09-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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