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신경전에 산유량 동결 무산…유가 반락 신호탄 되나

사우디-이란 신경전에 산유량 동결 무산…유가 반락 신호탄 되나

입력 2016-04-18 10:10
수정 2016-04-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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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40달러선 다시 무너져…하락세 지속될지는 전망 ‘분분’

전 세계 석유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최근 반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주요 산유국들은 산유량 동결 논의를 위해 회동했지만, 결과 없이 회의를 끝냈다.

이 영향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아시아 시장에서 6% 이상 급락했다.

◇ 합의문 초안은 ‘10월까지 동결’…사우디-이란 티격태격에 합의 불발

이번 합의 무산은 표면적으론 이란 때문이다.

이란이 산유량을 대이란 제재 이전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던 터라 이란의 동참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지만 결국 이란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알맹이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란은 애초 OPEC 주재 대표를 보내려고 했으나 회의 전날 저녁에 참석을 취소했다.

이 회의가 산유량 동결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자신들은 이를 따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식통에 따르면 카타르 당국자들이 ‘동결 합의에 서명할 국가만 참석하라’고 이란에 통보한 것이 이란의 불참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의 불참 배경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기싸움도 작용했다.

회의 직전까지 사우디는 이란의 동참 없이는 사우디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경쟁국 이란에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란은 서방의 제재로 산유량이 제재 이전(하루 420만 배럴)의 절반가량으로 급감했으므로 이를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로 이란의 산유량은 하루 330만 배럴로 늘어났으며 내년 3월까지 4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산유량을 지난 1월 수준으로 동결해 오는 10월까지 유지하자는 내용을 협의했다. 또 OPEC 회원국과 비OPEC 출신 석유장관 각 1명이 참여하는 감시위원회를 만들어 합의안이 지켜지는지를 감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의 불참과 사우디의 합의 거부로 합의는 무산됐지만, 회의 전날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는 게 회의 당사자들의 전언이다.

윌슨 파스토르 에콰도르 석유장관은 “전반적인 합의는 이뤄졌지만, 문구에서 일부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회의 당일 아침 모하메드 빈 살레 알-사다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초안에 이란의 참여에 합의 내용이 달렸다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석유 장관은 “일부 OPEC 회원국이 아침에 입장을 번복해 오늘 많은 언쟁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우디의 요구는 비합리적”이라면서 “모두 산유량 동결에 동의할 것으로 생각하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 합의 실패에 유가 폭락…“예견된 일이라 영향 제한적” vs. “30달러까지 하락”

국제유가는 산유량 동결 무산에 따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4개 산유국 회의를 기점으로 연초 급락세에서 벗어나 점진적 회복세를 타던 국제유가가 다시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WTI 가격은 지난 2월 11일 배럴당 26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 재개에 따른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와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유가는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2월12일 국제 유가는 하루에만 12.32% 폭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 산유국이 석유 생산량을 지난 1월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초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추락했던 국제유가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2월 저점 대비 WTI 가격은 지난 주말까지 55% 폭등해 배럴당 40달러 선을 회복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같은 기간 44%가량 반등해 배럴당 43달러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이날 도하에서의 동결 합의에 실패한 소식에 국제유가는 6% 이상 폭락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8시 39분 현재 WTI 가격은 전장보다 5.45% 떨어진 38.16달러를, 브렌트유는 5.15% 하락한 40.88달러를 나타냈다. 한때 WTI는 6% 이상 폭락하며 37달러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합의 불발 가능성이 예견된 데다 이미 미국의 생산량이 줄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극도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 미국의 3월 석유 생산이 2월보다 하루 9만 배럴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미국 석유생산량 전망치를 하루 860만 배럴로, 내년 전망치는 하루 800만 배럴로 낮췄다. 지난해 미국 석유생산량은 최고 940만 배럴까지 늘어났었다.

런던의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아스펙츠는 비OPEC의 석유생산량이 당초 하루 20만~30만 배럴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 많은 하루 70만 배럴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아스펙츠는 오는 6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보다 다소 낙관적인 것이다.

IEA는 지난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원유 공급 과잉이 상반기 하루 150만 배럴에서 하반기에는 20만 배럴로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IEA는 이번 산유국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 동결을 합의하더라도 국제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미 사우디와 러시아의 공급량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세계 수요-공급에는 실질적인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나티시스의 아비세크 데쉬판데 원유 애널리스트는 “합의가 없으면 시장의 균형점이 2017년 중반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아스펙츠의 암리타 센 애널리스트도 합의가 불발로 끝날 경우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있으며, 수요-공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심리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말 전문가들의 WTI 예상 중간값은 배럴당 46달러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46.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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