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이집트 이슬람문명 중심지 자처…‘아랍의 봄’ 이후 위상에 큰 상처

[글로벌 인사이트] 이집트 이슬람문명 중심지 자처…‘아랍의 봄’ 이후 위상에 큰 상처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1-26 22:52
수정 2016-01-2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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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맹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첫 순방한 중동 3개국(사우디, 이집트, 이란)은 모두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국가들이다. 이 때문에 중동의 진정한 맹주가 어디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 개념의 중동 지역 맹주는 이집트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8세기부터 이슬람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자처해 왔다. 중동을 대표해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벌였고, 지금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중동 지역 22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아랍연맹 본부도 카이로에 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들에 화해를 제안한 역사적 연설을 한 곳이 이집트 카이로대학이었다는 것도 중동 국가들 가운데 이집트의 정치적 위상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머무는 등 과거에 비해 경제적 위상이 쇠퇴했고, ‘아랍의 봄’ 이후 국내 정치 혼란도 심해져 아랍 국가들의 맏형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이집트의 자리를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가 과거 수십년간 지켜 왔던 아랍권 내 독보적 지위를 잃어 가는 대신 사우디가 그 자리를 물려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의 새 맹주로 떠오른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 간 화해를 각각 주선하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중재자로서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해 이집트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랍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이란은 8000만명이 넘는 인구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유 매장량이 가장 큰 강점이다. 군사력도 중동에서 최강이라 자부한다.

전 세계가 앞다퉈 이란과의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경제제재 해제 이후 중동 지역 최고 대국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지역 다른 국가들(수니파 이슬람)과 비교해 민족과 언어가 다르고 종파도 소수인 시아파여서 중동의 중심 국가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1-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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