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젤렌스키 홀대 후 러시아 공습 강화…우크라 전쟁 기류 변화

미국서 젤렌스키 홀대 후 러시아 공습 강화…우크라 전쟁 기류 변화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4-09-29 16:26
수정 2024-09-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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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우에서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된 오흐마트디트 어린이 병원 현장에서 응급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제거하고 생존자를 찾고 있다. 키이우 AP 연합뉴스
2024년 7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우에서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된 오흐마트디트 어린이 병원 현장에서 응급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제거하고 생존자를 찾고 있다.
키이우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일정이 성과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된 뒤 러시아군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지역을 공습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수미의 세인트판텔레이몬 병원이 드론 공습을 받아 9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오전 7시35분쯤 러시아군의 첫 번째 공격으로 1명이 숨진 뒤 환자들이 대피하는 중에 재차 공습받았다고 주장했다. 수미주 주도인 수미는 러시아 쿠르스크주와 국경에서 20~30㎞ 떨어진 도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1시간 간격으로 공습했다며 두 번째 공습은 대피와 구조작업을 겨냥해 사상자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간호사와 경찰관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공습 당시 병원에 환자 86명, 직원 38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역 당국은 병원 공격에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수미주 남동쪽 접경지역 하르키우주에서도 이날 유도폭탄과 드론 공습으로 모두 4명이 숨졌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국경에서 2㎞ 떨어진 하르키우주 코사차로판 마을에서 대법원 판사 레오니드 로보이코(61)가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로보이코 대법관은 지역 주민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러 길에 변을 당했다. 그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3명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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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러시아의 드론 공습에 피격된 세인트판텔레이몬 병원 현장에 희뿌연 연기가 치솟고 있고,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미 로이터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러시아의 드론 공습에 피격된 세인트판텔레이몬 병원 현장에 희뿌연 연기가 치솟고 있고,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미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지난 7월 8일에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어린이병원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22년 2월 개전 이후 올해 7월까지 우크라이나 의료시설 1736곳이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집계했다.

전날 블룸버그 통신은 빈손으로 끝난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관해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기 위해 동맹들에게서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낼 기회로 기획된 그의 방미 일정은 무대포식 정치전술에 낭비됐다”고 평가했다.

당초 젤렌스키는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지속 의지를 꺾는다는 목표를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방미는 시작부터 논란을 불렀다.

지난달 22일 첫 방문지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지속하는데 가장 중요한 물자인 155㎜ 포탄을 생산하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한 것이 문제였다. 펜실베이니아주는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차기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 중 하나로,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초박빙 접전이 진행 중인 지역이다.

해리스의 측근으로 꼽히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스크랜턴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보에 공화당은 격하게 반발했다.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스크랜턴 방문을 ‘대선 개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시점에 맞춰 보도된 뉴요커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공화당 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해 외교적이지 못한 비판을 쏟아낸 것도 적절치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대폭 늘리겠다고 확약했지만, 젤렌스키의 ‘승리 계획’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측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서방제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날 미 의회 의사당을 찾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것과 달리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휴회까지 겹치면서 만날 수 있었던 상·하원 의원이 30여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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