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加 “여객기, 이란 미사일 2발 피격”…이란 “심리전, 증거 내라”

美·加 “여객기, 이란 미사일 2발 피격”…이란 “심리전, 증거 내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1-10 10:13
수정 2020-01-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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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자, 레이더 신호상 이란 지대공 미사일 두발 의해 격추” CNN 보도

“열 신호 분석, 이란 지대공 2발 신호 감지시
여객기 이륙 상태…직후 항공기 부근서 폭발”
트럼프 “비극적인 일…누군가 실수한 듯”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이란 미사일 격추 증거”
캐나다 희생자 63명, 두번째로 많은 피해
우크라 국방위, 이란 지대공 ‘토르’ 피습 검토
이란 블랙박스 제출 거부…조사 참관은 허용
이란 “탑승객 소속국·보잉 전문가, 참관가능”
“캐나다 포함 모든 국가서 증거 있으면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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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다. 2020.1.9 이란 국영 IRNA통신·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다. 2020.1.9 이란 국영 IRNA통신·AFP 연합뉴스
미국 당국이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2발에 의해 피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9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며 거듭 부인하며 증거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이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이란의 우발적 격추로 인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3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광범위한 위성 자료 검토를 근거로 미 정부가 사고원인에 대해 이란 지대공 미사일의 격추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측 레이다가 미사일 발사 전에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항공 보잉737-800 여객기를 추적하고 있었다. 열 신호 자료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지대공 미사일 2발의 신호가 감지됐을 때 이륙한 상태였으나 그 직후 여객기 부근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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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현장에 모여든 이란인들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현장에 모여든 이란인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한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 인근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든 모습.테헤란 AP연합뉴스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는 이란이 이란 군 실세를 살해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공격하고 나서 얼마 안 돼 발생했다.

미 CNN방송도 정보 사항에 정통한 당국자발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SA-15) 두 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분석가들은 이란의 관련 레이다 신호 자료를 발견한 뒤 하루 동안 검증 작업을 거쳤다고 CNN은 전했다.

국방부 당국자들도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우발적 피격이라고 밝혔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한 국방부 당국자는 폭스뉴스에 “완전한 비극”이라면서 “그들은 그저 다 망쳐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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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우크라이나 항공기 참사 속 소녀의 신발
이란, 우크라이나 항공기 참사 속 소녀의 신발 이란학생뉴스에이전시(ISNA)가 비행기 참사 당일(8일) 찍은 사진 속에 2020년 1월 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해 176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 항공기 사고현장에 탑승객으로 추정되는 어린 소녀의 신발이 떨어져 있다. 미국 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레이더와 전자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란이 우연히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ISNA 제공. AFP=연합뉴스 2020-01-10 05 : 35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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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우크라이나 항공기 참사 현장 흩어진 유품들
이란, 우크라이나 항공기 참사 현장 흩어진 유품들 2020년 1월 8일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탑승한 우크라이나 비행기가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 근처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뒤 전원이 사망했다. 현장에는 탑승객의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물품들이 흩어져 있다. 미국 당국은 9일(현지시간) 위성, 레이더 및 전자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란이 우연히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2020-01-10 05 : 35 : 06
미 NBC방송도 미 정보 당국자들이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가 실수에 의한 이란 미사일의 격추로 인한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극적인 일이다. 반대편에서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여객기는 상당히 거친 지역을 비행하고 있었다.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의 설명을 염두에 둔 듯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였다고 말한다”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건 문제조차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다만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에 의해 피격됐다는 보도에 대해 언급을 거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캐나다도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176명 가운데 63명이 캐나다 국적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이란계 캐나다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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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젖은 우크라 여객기 유족
슬픔에 젖은 우크라 여객기 유족 전날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진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의 승무원 유가족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주재 미군 부대에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에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의 사고 원인을 놓고 미국 일각에서 ‘테러’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이란은 초기 조사 결과 ‘기체결함’이라는 입장이다. 키예프 로이터 연합뉴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9일 하르짓 사잔 국방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참사에 관한 기자회견 도중 이란 지대공 미사일이 실수로 격추시킨 증거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오타와 AP 연합뉴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9일 하르짓 사잔 국방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참사에 관한 기자회견 도중 이란 지대공 미사일이 실수로 격추시킨 증거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오타와 AP 연합뉴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캐나다 자체 정보당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다수의 정보를 확보했다”면서 “이들 증거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의는 아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이란이 실수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을 수 있다는 게 캐나다 정보당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과 관련,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헤란 인근에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에 피격당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EPA 연합뉴스
앞서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블랙박스를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떠한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촉구하는 등 양국간에 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이 빚어져 왔다.

이란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이런 주장을 담은)이 모든 보도들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추락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국적별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독일 각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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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번 추락 사고로 희생된 탑승객이 속한 모든 나라는 (조사에 참여할) 전문가를 파견할 수 있다”면서 “사고 여객기의 제조사인 보잉 역시 블랙박스 조사 과정에 참여할 대표를 보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의 압바스 무사위 대변인도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캐나다 총리와 이번 사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모든 정부는 소지하고 있는 정보를 이란의 사고조사위원회에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잔해만 덩그러니
잔해만 덩그러니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진 8일(현지시간) 현장에 출동한 당국 관계자들과 이란 주민이 여객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미국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를 마친 이란이 보복을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새벽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를 향해 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이 이란 국영방송 IRIB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IRIB 화면 캡처 EPA 연합뉴스
미국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를 마친 이란이 보복을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새벽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를 향해 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이 이란 국영방송 IRIB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IRIB 화면 캡처 EPA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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