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적 이슬람 지지파 덕에 쿠데타 진압…독재위해 세속주의 버릴수도” 관측
세속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이슬람 국가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던 터키에서 세속주의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급격한 종교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동안 터키의 건국 이념인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해온 데다 이번 쿠데타에서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열성적인 지지자들 덕에 대통령으로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차압타이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이 동력을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가 스타일의 대통령으로 남는 데 쓸 수도 있겠지만, 종교 세력을 부추겨 나라를 장악하고 스스로 ‘이슬람 지도자’ 자리에 스스로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5일 밤 시작된 군부 쿠데타가 단 6시간 만에 실패한 데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집을 호소하자 성난 지지자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세속주의 군부 세력들에 대항한 영향이 컸다.
차압타이 선임연구원은 과거 서서히 권력을 장악하는 스타일이었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도 이런 지지자들의 폭발적이고 강력한 힘은 대단히 유혹적일 수 있다면서 현재 터키가 1979년 이슬람혁명을 눈앞에 둔 이란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순간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은 세속주의 왕정이 무너지고 엄격한 신정일치 체제로 전환했다.
터키는 그동안 근대 건국이념에 맞춰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서구와 가까워지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독실한 무슬림인 에르도안은 3차례 연거푸 총리로 집권하면서 여성 공직자의 히잡 착용을 허용하고 알코올 소비를 억제하는 등의 조처를 취해왔다.
2014년 터키 국가교육위원회가 6세 이상 모든 학생에게 수니파 종교 수업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공교육 이슬람화 논란이 일었을 때에도 에르도안은 교육위 결정을 옹호했다.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르도안은 대통령 중심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면서 독재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압타이 연구원은 “쿠데타 실패 이후 에르도안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지만, 내년 선거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고 더 빠른 권력으로의 지름길은 이슬람혁명이 될 수 있다”며 “쿠데타 때 거리를 점령한 지지자들은 보통의 집권당 지지자들이 아니라 이슬람교도들이며 심지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르도안 지지자들이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을 무차별 폭행했고 심지어 ‘이슬람국가’(IS)식으로 참수했다는 주장과 영상 등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터키인 27%가 IS에 반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혁명에는 다수가 아니라 성나고 흥분한 소수가 필요할 뿐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런 세력을 이슬람 혁명을 촉발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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