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 인구 새 시장…원유·항공·의료·소비재 등 각 분야서 눈독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에 전세계 기업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2위, 인구 8천만 명인 이란의 빗장이 풀리자 에너지는 물론 항공, 의료, 소비재 등 각 분야 기업들이 이란으로 달려갈 채비에 분주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독일은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구성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드디어 타결”…각국 기업들 환호·진출 채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핵협상을 반기는 기업은 로열더치셸 같은 거대 에너지 기업부터 항공기, 자동차, IT, 식음료, 제약업체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다.
로열더치셸은 지난달 테헤란에 임원들을 파견해 정부 당국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이미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탈리아의 에니,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 스타토일 등 과거 제재 이전에 이란에 진출했던 에너지 기업과 영국의 BP도 이란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말 미국 정부의 저지로 이란 진출이 무산된 엑손모빌도 마찬가지라 이란 원유개발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항공기 업체 보잉과 에어버스에도 핵협상 타결이 호재다. 이란은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400대의 노후 항공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도 협상 타결을 반기고 있다. 2012년까지 이란이 두번째로 큰 시장이던 프랑스 푸조사(社)의 중동·아프리카 책임자는 “현재 (이란 업체와) 진행 중인 자동차 생산 공장 설립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이란의 인터넷 보급업체와 접촉하며 이란 시장을 탐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 제한적으로 MRI 기계 등 의료용품을 팔아온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도 이란 판로 개척과 확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코카콜라처럼 미국 정부에서 제한적인 허가를 받아 이란에 제품을 팔아온 기업들도 핵타결로 이란 시장에 대한 전면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WSJ은 인구 60%가 30세 이하인 이란에 서구, 특히 미국 제품을 친근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핵타결로 외국의 신규투자를 촉발하고 새로운 소비시장을 여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방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인도 등 대이란 수출규모가 비교적 큰 나라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업들의 이란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이 당장 이란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핵합의 이행이 확인되고 나서 내년초나 돼야 가능하다.
◇ 이란과 긴밀한 독일, 경제사절단 꾸리며 선점 시도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은 지그마어 가브리엘 경제장관 겸 부총리가 이번 주말에 재계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방문키로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절단은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에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주요 인사들을 만난다.
독일 정부와 기업인들은 벌써 몇 달 전부터 핵협상 타결에 대비해 이란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유럽에서 이란과의 교역량이 가장 많은 독일 기업들은 대(對)이란 수출이 2년 내에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폴커 트라이어 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2년 내에 대이란 수출이 50억 유로로 2배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잘하면 3∼4년 안에 수출액이 100억 유로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울리히 그릴로 독일 산업연맹(BDI) 회장도 독일 엔지니어링, 자동차, 화학, 건강보건, 재생에너지 산업 등이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와 도로 등 교통·수송분야에도 독일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사업이 널려 있다. 독일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그동안 제재 철회에 대비해 이란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왔다.
서방 제재로 독일의 이란 수출과 투자가 크게 줄어든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와 있지만 이란인들이 아시아보다는 유럽과의 교역을 선호하고 특히 독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독일 기업에 장기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인들이 동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문화적 공통점이 더 많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독일 엔지니어들이 1920년대 이란 철도와 교량을 건설했으며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는 많은 이란 엘리트들이 독일로 망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