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자 전체 노인인구의 51%
청년들은 혜택 못 받을까 봐 폐지론까지
22대 국회, 당파 초월한 개혁 마침표를
제22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권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는 그 문제를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의대 정원 2000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위기, 점점 커져만 가는 양극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모든 것 중에서도 세대가 상생하는 국민연금 개혁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36년이 흐른 지금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는 498만명이다. 노인인구 973만명 가운데 51.2%로 수급률이 절반을 넘어섰다. 연금제도가 성숙함에 따라 20년 이상 가입자도 꾸준히 늘어나 약 100만명이 월 104만원을 받고 있다. 최고 연금액은 266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1036조원인데, 지난해 한 해 동안만 127조원을 벌어들였다. 수익률이 13.59%에 달하며,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착실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2년 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7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취업자여서 생계를 위해 퇴직 후에도 상당 기간 취업 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출생 이후 청년들은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받지 못할까 고민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반면 부양 노인층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20년 총부양비는 38.7이지만 2070년에는 그 3배 수준인 116.8이 된다. 앞으로 50년 뒤에는 경제활동인구 1명이 1명 이상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르신들은 연금이 자식보다 낫다고 하면서도 현재의 어려운 생활 때문에 앞으로 받을 연금액이 줄어들까 걱정이 깊다.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금을 없애야 할 제도로 바라본다. 그만큼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또한 일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말하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의 코끼리처럼 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사회보장제도로서 노후를 든든히 하는 데 방점을 두기도 하지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합리화하는 데 강조점을 두는 견해도 있다. 그런 만큼 전문가와 여론도 개혁 방향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건강보험제도의 경우 급여 확대를 통해 국민에게 바로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연금개혁은 미래세대가 장기간에 걸쳐 혜택을 받는 문제이므로 정치권이 적극 논의하기에는 매력적이지 않다. 성공적으로 변화를 일궈 낸 스웨덴,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OECD 국가들에서도 연금개혁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뜨거운 감자’였으며 극심한 산고를 거쳐 개혁의 옥동자를 낳을 수 있었다.
지난달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공론화 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발표됐다. 노동계, 사용자, 청년, 수급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받는 급여액을 40%에서 50%로 높이는’ 1안과 ‘급여액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은 12%로 인상하는’ 2안을 제안했다. 두 안에 대해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5%’ 방안이 빠졌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그럼에도 2007년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연금개혁의 시계추가 멈춘 데다 세대 간 갈등과 당파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그 정도의 대안이 제시된 것도 의미는 크다. 새로 개원하는 22대 국회가 모든 세대와 국민을 위해 정치적 대타협을 거쳐 최고의 국정 난제인 연금개혁을 이뤄 내는 지혜와 역량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1차관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1차관
2024-04-12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