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처럼회’처럼 하는 정치/유창선 정치평론가

[열린세상] ‘처럼회’처럼 하는 정치/유창선 정치평론가

입력 2022-04-25 20:32
수정 2022-04-2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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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평론가
처럼회. 이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논란에서 많이 등장했던 이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줄곧 선봉에 섰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이다. 여기에는 민주당에서 흔히 ‘강경파’라고 불리는 의원들이 모여 있다.

 대선이 민주당의 패배로 끝난 직후 이들이 검수완박의 목소리를 낼 때만 해도, ‘설마하니 당론까지 가겠는가’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미 대선 이전에도 처럼회 의원들은 검수완박을 주장했지만, 민주당 차원에서도 여러 부담을 의식해 장기 과제로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대선까지 패한 마당에 오히려 더 강경한 길을 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처럼회가 제기했던 검수완박이 순식간에 민주당의 당론이 되는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처럼회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끝까지 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과정에서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거침없는 언행은 논란거리가 되곤 했다. 황운하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검수완박을 하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고 해 속내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최악의 꼼수’라는 비판을 초래한 ‘위장 탈당’의 주인공 민형배 의원도 처럼회 소속이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비타협적인 강경 노선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25일 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의혹을 겨냥한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이때에도 처럼회 의원들이 중심이었다. 4월 8일에 민주당 의원 20명이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수사 관련 고위공직자의 공소시효 정지법’을 발의했을 때도 처럼회 의원들이 주축이었다. 대선 이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이런 행보를 보노라면 사실상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진다.

 정치에 있어서 강경파와 온건파는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 강경파 정치인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정작 문제는 10여명의 강경파 초선 의원들에 끌려 가는 171석 민주당의 모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국민의 손을 놓지 말고 반발짝만 앞서 나가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경파 정치인들은 언제나 저만치 멀리 가 있어서 국민이 공감하며 함께 가기 어렵다. 그들은 정치란 증오라고 배운 모양이다. 검수완박 주장도 검찰에 대한 증오가 다른 모든 판단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언제나 정념은 차고 넘치지만, 책임질 줄 아는 합리적 이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있을 모든 전투에서 이겨야 전쟁의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번에 ‘위장 탈당’으로 물의를 빚은 민 의원이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주장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정치를 전쟁으로 생각하니 ‘검수완박 20일 작전’ 같은 발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치가 전쟁이 됐을 때, 가장 고통받는 것은 결국 국민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혔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지금 민주당의 적은 국민의힘이 아니다. 전통적 지지층까지도 등 돌리게 만들곤 하는 증오의 정치에 대한 자정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무너지게 될지 모른다. 어느 정치세력을 막론하고, 강경파의 득세가 몰락의 전조가 되곤 했던 정치사의 교훈을 민주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많던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다 어디 가고 처럼회만 보이느냐는 질문에 답해 줘야 할 민주당 정치인들은 무척 많다. 정치를 ‘처럼회’처럼 하면 정치는 실종되고 만다. 흑역사로 점철됐던 우리 정치의 교훈이다.
2022-04-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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