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미국이냐 중국이냐/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국이냐 중국이냐/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5-08-26 18:08
수정 2015-08-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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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두고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논쟁이 있었다. 지난 학기 말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에게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중국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3분의2가 “중국”이라고 손을 들었다. 왜 중국이냐고 되물었더니 학생들은 단순하게 “그저 지리적으로 너무 인접해 있고 경제적으로 이미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어 중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왜 미국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한 학생들의 공통된 생각은 국가안보를 위해 주한미군이 있고 한국을 지켜 줄 국가는 미국뿐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를 짊어질 대학생들의 생각을 대략 정리하자면 국가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해 보았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둘 다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들인데 두 나라가 한국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크게 다른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두 나라의 가장 뚜렷한 차이의 구분을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국가냐, 아니냐”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답해 주었다. 다시 물었더니 이번에는 “미국”이라고 대답한 숫자가 역전되어 3분의2가 넘었다.

물론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한국의 미래 세대 모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권국가인 한국이 패배적인 안보 콤플렉스에 빠져 주변국에 기대는 생각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다만 한국의 많은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사나워지고 있는 동북아 군사경제 안보를 지켜보면서 지나간 역사를 곱새기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느껴진다. 전쟁과 지독한 가난의 현장을 보지 않았던 한국의 미래 세대들은 주변국들과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대단히 헷갈리고 있다는 사실도 대학이라는 현장에서 목도하게 된다.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의 시대, 중국과 구소련과 국교가 열려 있지 않았던 시절에는 한국의 미래 파트너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었다. 한국의 해방을 앞당기고 북한의 침략과 중공군의 개입에서 자유와 경제적 번영의 기초를 놓게 해 준 국가는 분명히 미국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상품이 중국과 러시아에 넘쳐나고 서울 명동에 중국인들이 활보하는 시대, 즉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교류가 상전벽해라 할 만큼 확대되었다. 그만큼 주변국 관계도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룩하자면 주변국 모두와 가까운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정답으로 나와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안보와 경제 그리고 통일 그 모두가 한국이 이룩해 내어야 할 중요한 숙제이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대명제는 동북아의 국가들이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래에 한국이 방점을 두어야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시험해 본 여러 가지 통치이념 중에 인간의 생명과 인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데올로기가 민주주의 이념이고 한국이 독재정치를 넘어 민주화를 성취하면서 그 귀중한 가치를 뼈저리게 체험했고 지금은 자유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고 있는 미국, 과거사 직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군국주의를 청산하고 70년 동안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일본 그리고 민주화된 한국, 더 나아가 중국마저 민주주의 열풍이 분다면 동북아의 미래는 훨씬 더 희망적일 것이다. 물론 러시아에 민주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나 다름없는데 평화의 유럽연합을 이끌어 낸 배경에는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공헌이 컸다고 확신한다.

지정학적으로 반도인 한국이 지정학적 구속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리적 구속을 벗고 지정학적 중심에 서는 국제환경을 한국이 만들어 낼 때 국가안보와 번영이 보장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생각 즉 한국이 지정학적 중심 즉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를 창출하는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 기저에는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동북아시아의 창출을 꿈꿀 때 실현 가능한 동북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2015-08-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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