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자주적인 로켓 개발을 서두르자/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주적인 로켓 개발을 서두르자/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5-07-21 17:54
수정 2015-07-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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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이 H3 로켓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때맞추어 개발을 서두르라는 정부의 주문에 로켓 개발 관련자들은 밤잠을 못 이루고 있을 정도란다. 우주 분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자고 미국이 요청할 만큼 일본의 우주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올 3월 기준으로 지난 반년 동안 무려 4기의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일본이다. 앞으로는 매월 1개의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의 아리랑 인공위성을 돈을 받고 대리 발사한 일본은 올 11월 캐나다의 인공위성도 대리 발사하기로 예정돼 있는 등 대리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이 H3 로켓을 개발하는 진짜 목표는 세계 인공위성 대리 발사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서다. 세계는 올해 통계로 1년에 약 20~30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데 주력 로켓이 미국의 스페이스엑스, 유럽의 아리안, 러시아의 프로톤, 일본의 H2A 로켓이다. 미국의 로켓 제작 비용이 약 700억원인데 비해 일본 로켓은 아직 900억원대다. 가격이 비싸 수주 경쟁력이 취약하다. H3 로켓 제조 비용을 600억원대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여기에다 그동안 숨겨 놓은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 실력인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의 제조 능력도 추가로 갖춘다는 것이다.

일본은 1960년대 말 우주의 평화이용 원칙이라는 중의원 이름의 선언을 표면적으로 내세워 놓고 언제든지 대륙간탄도탄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고체연료 로켓과 16t 이상의 대용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액체수소 연료 로켓인 H2 로켓 시리즈를 개발해 왔다. 여기에서 ‘H’라는 알파벳은 수소연료를 사용한다는 말의 약자다.

액체수소 연료 로켓은 우주 선진국들만이 갖고 있는 고성능 최첨단 로켓이며 추진력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러시아의 힘을 빌려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에 실렸던 과학 위성의 무게가 100㎏이니 일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휴전선에 코를 맞대고 있는 북한도 현재 수준으로 볼 때 한국보다 로켓 실적이 앞서 있고 중국의 창정 로켓 실력도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 주변국들이 모두 우주 강국인 셈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한국만의 자주적인 로켓 개발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현재 2020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로켓이 차질 없이 개발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 로켓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고도 200~300㎞ 부근의 지구 저궤도에 1.5t의 다목적 인공위성과 북한을 살필 수 있는 첩보위성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계획 중인 달 탐사 위성도 이 로켓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창과 활로 무장한 조선이 일본의 신식 무기인 조총에 크게 당했듯이 2015년 현재의 세계는 미사일 즉 로켓의 세계다. 한국 주변국들은 자국이 만든 인공위성을 자국의 로켓으로 우주에 보내 상대방 국가를 샅샅이 살필 수 있는데 우리도 그러지 못하면 불행한 역사에 맞닥뜨리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둘째, 인공위성 제조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소형 인공위성을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인공위성 제조 능력은 기술 기반이 상당히 탄탄한 편이다. 태풍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는 기상위성의 자체 제조 능력과 첩보위성 능력을 한층 육성시켜야 한다. 그래서 미래 수출동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전도 유망한 개발도상국들은 자체적인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싶어 해 수출시장은 열려 있다. 인공위성 시장은 과거 우주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인간의 일상생활과 깊숙이 관련된 전자정보통신산업이다. 정보통신산업에 강한 한국에 유망한 업종이다.

셋째, 우주 개발로 미래세대에게 선진국의 꿈을 심어 주어야 한다. 명왕성에 그랜드캐니언보다 깊은 계곡이 있다는 미국 나사(NASA)의 우주 정보나 일본의 하야부사 탐사기가 수억㎞를 비행해 소혹성을 탐사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뉴스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무관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나라 어린 세대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국가 사업이다. 물론 최첨단 기술의 진보와 함께 이루어지는 것도 우주 사업이다. 적어도 2050년을 내다보는 우주 개발의 안목이 있어야 후손들이 국제사회에서 어깨를 펴고 살 것이다.
2015-07-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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