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법 개정에 대하여 정부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며 행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야 대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면서 깨져 있는 권력분립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부도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행정입법을 심사하여 이를 강제적으로 수정·변경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우리 법의 체계상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는가의 심사권(행정입법심사권)은 사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 국회법상의 수정·변경 요구권과 정부의 보고 의무가 결합한다면 단순 요구를 넘어서 강제성을 가지게 되며 행정입법권과 행정입법심사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위헌 문제가 제기된다면 아무리 입법 취지가 좋더라도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으로 법의 권위와 실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시행령이 법에 위반된다면 모법을 개정하여 위임된 권한을 수정하든가 박탈해야지 행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더욱이 국회법 개정의 동기가 세월호조사위의 과장 한 명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려고 하였다는 것은 입법의 일반성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는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면 수정할 것을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국정조사,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탄핵소추권 등을 통하여 견제할 수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세칭 김영란법)이나 이번 국회법 개정처럼 위헌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막판 타협으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입법이 ‘여야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타협은 헌법 내에서 법안의 내용을 대상으로 해야지, 전혀 다른 것을 발목 잡기나 끼워넣기로 재갈을 물리면 부실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심신이 지친 심야에 회기 마지막 날 통과되는 법일수록 문제투성이의 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경험칙이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복잡화·다문화·계층화될수록 법률의 제정과 행정입법이 많아진다.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회가 법을 만들고 그 법에 따라 행정과 사법을 행함에는 그 내용과 절차가 헌법상의 원리와 합치해야 한다. 또한 입법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제정된 법은 잘 지켜져야 한다. 졸속 입법으로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조령모개식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누가 법을 신뢰할 것인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유독 헌법소송이 많은 것도 입법의 부실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법치주의가 선진화되려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의 입법 관련 종사자들이 청렴·공평하고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규범력과 준법의식이 높아진다. 법의 형성, 집행, 운영과 관련하여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일수록 부강한 나라는 없다.
부강한 나라이면서 법 규범을 엄하게 지키지 않는 나라도 없다. 심야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대기시켜 놓고 국회 본회의를 여는 관행을 없애는 것도 법치주의의 선진화인 동시에 국회의 의사일정을 지켜보는 국민을 위하는 정치이다.
2015-06-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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