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 협정에서 미국과 일본은 첩보위성 정보 공유에 합의하고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탐지한 위성정보를 함께하기로 했다. 미국은 10㎝의 지상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첩보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2월 1일 다섯 번째 첩보위성을 발사해 총 5기의 첩보위성을 갖게 됐는데 30㎝의 지상 물체를 파악한다. 이러한 진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작은 물체를 탐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 우주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가깝게는 북한, 멀게는 중국 때문이다. 겉으로는 우주의 평화 이용을 외치던 일본에 우주정보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빌미를 주게 된 계기는 1998년 8월 31일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이었다. 그 후 일본은 4기의 첩보위성 체계 구축을 선언했고, 그동안 몰래몰래 쌓아 온 우주 능력이 전 세계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일본이 보유한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은 곧바로 대륙간탄도탄으로 전환될 수 있는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2007년 고도 수백㎞ 우주 공간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해 미국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고, 24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미국은 GPS 시스템이 공격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에 합의한 것이다. 이제 우주 능력은 과학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국제정치의 영역이고 국가 안보 차원이며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한국형 로켓을 예정대로 개발해야 한다. 제1단 로켓이 러시아산이었던 나로호 로켓의 성공적인 발사는 한국의 우주 개발에 큰 족적을 남겼다. 2020년을 목표로 한국형 로켓이 개발되면 본격적인 우주 개발이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둘째, 우주 개발은 소수 선진국들만의 영역이 아니고 웬만한 국력을 가진 나라의 국책 사업이 됐다. 그만큼 우주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선진국 대열 진입은 물론 국가 안보를 스스로 지켜 내기도 쉽지 않다. 우주 공간에서 서로 정탐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우주기술은 민생 분야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미쳐 모르는 길도 찾아갈 수 있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우주기술에서 배태된 것이다.
셋째, 우주 선진국과의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우주기술은 돈을 준다고 해도 기술 이전이 없는 까다로운 영역이다. 그러나 협력을 하다 보면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져 협력의 지평을 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한국의 달 탐사는 미국과 협력을 하기로 돼 있다. 달 탐사뿐만 아니라 미국은 한국에 더 폭넓은 우주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무리 한·미 군사동맹이지만 한국과의 우주 협력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미국이 한국에 조금씩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과거와 같이 풍부한 국가 예산으로 우주나 원자력 같은 빅사이언스, 즉 거대과학 분야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와 첨단기술의 능력이 있는 한국에 손을 흔드는 것이다.
한국은 미래를 내다보고 이러한 미국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술 이전이 없는 우주 분야의 기술도 자연스레 흘러 들어오는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우주 협력은 과학기술의 협력이 아니고 우주 외교와 국가 안보의 영역이다. 미국과의 달 탐사 협력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2015-05-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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