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학구조개혁, 대학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학구조개혁, 대학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4-12-17 00:00
수정 2014-12-1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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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의 입장에서 올 한 해는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다. 대학들이 구조개혁을 위한 움직임으로 정말 분주했기 때문이다. 이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와 그로 인한 대학 입학자원 부족이 자명해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가 실시한 일련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불러일으킨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이 대학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대학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의 개입 없이도 역량이 있는 대학들은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발적인 구조개혁 노력이 가능하다는 데 근거한다. 즉 시장기제에 의해 역량이 있는 대학들은 자발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생존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서서히 도태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시장 논리에 입각한 자율적인 경쟁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마땅히 퇴출돼야 할 대학들이 살아남고, 오히려 역량 있는 대학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판은 그동안 대학들이 스스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구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만든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출산 문제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예견됐던 것이다. 만일 시장 논리가 작동하고 대학들이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해 합리적인 대응을 해 왔다면,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정하고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을 것이며, 오늘날과 같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 감소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대학들은 외형적인 성장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다. 수도권 대학들은 단지 지리적 우위에 기대어, 지방 대학들은 균형발전 논리에 기대어 대부분 현실에 안주해 왔다. 교육의 질적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이와는 전혀 무관한 요소들이 마치 경쟁력의 원천인 양 여기고 양적 성장에 치우쳐 왔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현실에 안주하고 외형 성장에 몰두했던 대학들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임무와 목표를 찾아가도록 유인하는 촉매제로서의 의의가 있다. 일련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곰곰이 되살펴 보자. 6월 발표된 대학 특성화 사업의 경우 그간 백화점식으로 운영되던 학문 분야를 경쟁력이 있는 학문 분야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융복합 학문 분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었다. 현재 구체화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도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요건과 대학개혁의 성과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가해 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물론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와 경쟁력 향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되려면 교육부가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도 많다. 우선 대학구조개혁의 핵심이 미래지향적인 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있다면 현재의 역량 혹은 성과뿐만 아니라 구조개혁을 위한 차별화된 노력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역량과 성과가 다소 부족할지라도 대학 개혁에 대해 얼마나 명확한 비전과 실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향후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대학의 미래지향적 방향성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도 물론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일회성으로 대학 간 서열을 확인하는 수단이 돼서도 안 된다. 대학들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으로 인해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대학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통을 이야기하기 전에 대학들 스스로의 반성도 필요하다. 그동안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임무와 역할, 발전 방향, 경쟁력, 교육의 질적 향상 등에 대해 이처럼 치열하게 고민해 본 시기가 있었는지 말이다. 구조 개혁을 위해 많은 대학들이 요즘 겪고 있는 고통은 그동안 안일했던 대학 스스로의 행동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단기적인 고통보다는 장기적인 대학 스스로의 미래를 생각해 보자. 이번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대학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14-12-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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