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번 사태의 근원을 따지고 보면 결국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각각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회장과 행장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2008년 KB금융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회장이 계속 외부 낙하산 인사로 임명되면서 줄 서기 인사가 만연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유독 KB국민은행에서 금융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KB국민은행의 수익력은 반 토막이 됐고, 한 때 자산 규모로 1위였던 KB금융지주는 3위로 전락했다. 이러한 경영 실적의 부진은 결국 낙하산 인사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이 근절돼야 하는 이유다.
둘째, 회장과 행장 등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는 각 금융기관 내부 규칙이나 정관에 규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경영지배구조는 금융기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것이 잘 작동되지 않을 때는 법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를 법제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줬다. 특히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종업원과 금융소비자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도록 하고,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다.
셋째, 금융기관 제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금융감독원 자문 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무용성이 드러났다. 제재심의위가 경징계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자인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회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물론 제재심의위가 자문 기구여서 결정권자가 이에 구속받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9인 중 6인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고, 대심(對審)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제재심의위의 결정은 나름대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자가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제재심의위 기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제재심의위를 자문 기구가 아닌 제재 결정 기구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법적 근거 없이 감독규정(規程)으로 규정된 현행 제재 절차 내용도 빨리 법제화하면서 제재 제도를 선진화시켜야 한다.
넷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벗어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외부 평가는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달 2014년 국가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금융산업의 경쟁력 척도가 되는 금융시장 성숙도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순위를 144개 국가 중에서 80위로 발표했다. 이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에서 훨씬 뒤떨어진 말라위(79위),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말레이시아(4위), 페루(40위), 인도네시아(42위), 필리핀(49위), 인도(51위), 가나(62위)보다 순위가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징표다. 한국 경제가 세계 14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금융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독 당국과 금융기관은 물론 대통령, 국회도 관심을 갖고 금융산업의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가 많은 금융감독 체계도 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금융 정책을 수행하는 금융위원회는 감독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제일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관치금융도 빨리 청산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2014-10-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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