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여학생들의 기술 놀이터, K-걸스데이/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여학생들의 기술 놀이터, K-걸스데이/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입력 2014-09-29 00:00
수정 201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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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 전 백악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메건 스미스 전 구글 부회장을 임명했다. 스미스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의 여성 엔지니어다. 구글의 차세대 사업을 구상하고 개발하는 ‘구글X’를 이끌며 혁신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많은 여성 인재들이 컴퓨터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글 내 여성 엔지니어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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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그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8%에 그쳤던 구글 개발자대회의 여성 참가자 비율은 올해 20%로 훌쩍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구글은 최근 여학생들을 위한 코딩 교육에 5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코딩 교육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여성 엔지니어 육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학을 공부한 여성 인재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시대다. 올해 1월 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메리 바라는 미국 자동차 업계 최초의 여성 CEO다. 그는 1981년 GM이 만든 자동차대학(지금의 케터링대학)에서 산학인턴십 과정을 이수하며 전기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다.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는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구글 엔지니어로 일한 인재다. 1981년 입사해 2012년 IBM의 첫 여성 CEO가 된 버지니아 로메티 역시 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공계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가 이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여성 인재들이 그만큼 이공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매년 10만명 이상의 이공계 인재를 대학에서 배출하고 있지만 이 중 여학생 비율은 약 31% 수준이다. 게다가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실제 연구개발(R&D) 분야에 얼마나 종사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수치는 18%로 뚝 떨어진다.

해외에서는 여성 이공계 인재가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기술에 대한 흥미를 갖게 유도하고, 공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독일은 ‘걸스데이’(Girls’ day)라는 이름의 행사를 매년 실시한다. 기업 연구소나 생산 시설, 대학과 같은 산업기술 현장에 여학생들을 대거 초청해 이공계 진로 탐색도 하고 기술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001년 처음 열린 행사에는 40개 기업에 2000명의 여학생이 다녀갔는데 지난해에는 10만명 넘는 학생이 9500여개 기업과 기관을 방문하는 등 비약적인 성과를 이뤘다. 지금은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 16개국에서 이 같은 산업기술현장 체험 행사가 운영되고 있다.

오는 10월 29일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한국형 걸스데이(K-Girls’ day) 행사가 열린다. 중고생과 대학생 2000여명은 서울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100여곳이 넘는 산업기술 현장을 찾아가 하루 동안 즐거운 기술 체험을 하게 된다. 앞서 취업한 이공계 선배와 만나 대화하며 공학 공부에 대한 팁이나 이공계 진로 정보를 생생하게 얻을 수 있는 시간도 준비돼 있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 생산시설 견학, 실험실습, 제조 공정 체험, 공학 특강 등의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전국의 여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A기업은 연구시설 견학과 화장품 만들기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B기업은 실험실에서 각종 부품성능 실험 및 장비 실습을 해보도록 체험 시간을 마련했다. C연구소는 3D 가상 의류를 제작해보는 시연과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실습, 로봇 분야 특강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부산에 있는 D대학에서는 향수 제작과정 실습을 통해 화학반응공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려준다.

이번 행사는 여성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여학생들만을 위한 신나는 기술 놀이터이자 축제의 현장이 될 전망이다. K-걸스데이는 다음달 6일까지 여학생들의 참가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오는 10월 29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질 즐거운 행사에서 이공계 리더를 꿈꾸는 여학생들의 진지한 눈빛과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필자도 기대해본다.
2014-09-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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