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제로에너지 하우스 ‘목조주택’/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제로에너지 하우스 ‘목조주택’/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입력 2014-08-26 00:00
수정 2014-08-2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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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푹푹 찌는 더위에는 은행이 최고지!” 이제 더 이상 이런 시대는 지나갔다. 이건 정말 ‘옛날 옛적에’라는 수식어와 함께 나올 법한 말이다.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여름 실내 적정 온도를 26℃로 맞추도록 하는 시대다. 전기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차적으로는 유한한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집, 회사, 학교 등 건물은 그야말로 에너지를 잡아먹는 거대한 괴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건물은 산업, 수송 부문과 함께 3대 에너지 다소비 분야다. 아파트의 경우 냉난방이나 급탕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연간 130㎾h/㎡에 달한다. 이는 100㎡ 면적의 주택에서 매년 1800ℓ(드럼통 9개)의 등유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2020년에는 건물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건물의 신축을 줄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간 15㎾h/㎡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패시브(Passive) 하우스를 짓고 있다. 이는 벽, 지붕, 창호 등의 단열 성능을 강화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소화한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 새로 짓는 모든 건물에 대해서도 패시브 하우스 수준의 에너지 절감 기능을 갖추도록 법제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까지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27% 줄인다는 계획 아래 패시브 하우스로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무엇인가. 건물이 패시브 시스템을 갖춰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후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지열 및 태양열은 난방과 온수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즉 집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에너지와 탄소 배출을 ‘제로(Zero)화’하는 ‘100% 에너지 자급자족형’ 주택인 것이다. 그러면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건물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부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많은 국내외 사례와 연구 결과처럼 제로에너지 하우스에 가장 적합한 구조로 목구조, 즉 목조주택을 꼽고 있다. 이는 건축에 사용되는 목재를 생산, 가공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가 철강의 0.6%에 불과하고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 또한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목재로 지은 건물은 같은 규모의 철근콘크리트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2%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목재는 나무가 자라면서 대기 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자기 몸속에 탄소 형태로 저장하고 이를 사용하는 기간 내내 유지하고 있다. 또 열전도율이 콘크리트의 10분의1, 철강의 300분의1 정도로 매우 낮아 단열 성능이 높다. 또한 대기 중 수분을 조절해 최적의 실내습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목재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자연스러운 목재 무늬 또한 심리적,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혁신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신기술과 디자인을 목조주택에 적용하고 있고, 새로운 공학목재를 개발해서 철근콘크리트, 철강재와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주택도 짓고 있다. 이미 런던과 멜버른 등에서는 10층 이상의 고층 목조아파트를 선보였다. 최근 캐나다 건축가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30층 목조아파트의 설계를 마치고 시공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가 목조주택의 높이와 규모 제한을 극복하고 이를 현실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1일 캐나다 퀘벡에서는 세계목조건축대회(WCTE 2014)가 열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목조건축을 다양하게 실행해 왔다. 아직 우리의 기술과 인식은 많이 부족하지만 다행히 국립산림과학원에서 2018년 세계대회를 서울에서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홀도 우리 기술, 우리 목재로 짓게 될 것이다.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아도 편하고 쾌적한 집,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 나아가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집을 원한다면 제로에너지 하우스 ‘목조주택’을 선택하는 것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2014-08-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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