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놀랍게도 개발도상국의 산림이 사라지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4%나 차지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0~2010)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2.2%)이 과거 30년간(1970~2000)의 1.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국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PCC 제39차 총회는 과학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하나인 REDD+(Reduce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의 역할에 주목했다. REDD+란 개도국에서 산림황폐 및 산림감소를 막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산림경영을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늘리는 것으로 이에 필요한 재정은 선진국이 지원한다는 새로운 형태의 기후변화대응 체제를 의미한다.
IPCC는 두 가지 측면에서 REDD+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첫째, 기후변화 완화 측면에서 REDD+ 활동은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라는 것이다. IPCC는 만일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개발되지 못할 경우, REDD+가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REDD+ 활동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과 산촌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된다. 즉, 산림을 지키는 노력이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REDD+ 활동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제19차 당사국총회에서는 개도국이 REDD+를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 단계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이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이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에 따라 세계은행의 산림탄소파트너십기구는 산림황폐를 막아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개도국에 3억 9000만 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탄소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열대림 감소가 가장 심한 브라질과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산림감소율을 줄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면 각각 10억 달러(1조 1000억원)씩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노르웨이와 체결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2011년부터 4년간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6500만ha의 천연림에서 벌채허가권을 발급하지 않는 ‘산림 모라토리엄’(Moratorium·지불유예)을 선언하였다. 또한 일본도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부터 발생한 실적을 개도국에 받는 ‘양국 간 배출권 제도’(Joint Credit Mechanism)를 추진하고, 개도국에 투자할 온실가스 감축 사업 중 하나로 RED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규모는 작지만 효과적인 한국형 REDD+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산림황폐방지 및 복원 사업 모델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산림녹화와 새마을운동의 성공 경험은 여러 개도국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의 경험을 발전시켜 북한산림 황폐지를 복구하는 수단으로도 REDD+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서 산림황폐 방지와 산림복구 활동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면, 북한의 황폐지 복구사업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14-05-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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