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외이사 제도 개선의 핵심은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사외이사의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는 데 있어서, 사외이사 후보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당해 금융기관의 경영진이나 지원 부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당해 금융기관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는 공적 기관을 설치하여 이 기관으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는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각 금융권 협회가 이 기능을 담당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공개하여 객관성과 투명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현재 사외이사 모범규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내역의 공시 제도도 법제화하고, 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여야 한다. 모범규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 면에서 떨어진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자격 요건도 마찬가지다.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이를 법제화하여야 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2분의1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면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있어서 사외이사의 ‘권력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하여야 한다. 후보추천위원회에 금융기관의 이해관계자인 금융소비자와 종업원 대표도 참여하도록 하여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외이사 모범규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와 공시제도도 법제화해야 한다.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하고, 연임 여부 결정에 있어서 그 결과를 활용해야 하며, 평가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여 시장 규율이 작동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사외이사의 평가 결과를 반영한 보수 체계를 갖추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하여야 한다. 즉 사외이사의 활동에 상응한 보수 체계를 만들고, 사외이사 개인별로 보수 지급 현황과 내역을 공개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 못지않게 은행장이나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도 중요하다.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행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선임 절차가 당해 금융기관의 내부 규칙이나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 투명성 확보 면에서 약하다. 그러다 보니 ‘낙하산 인사’의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서도 몇몇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정부 관료 출신이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법제화하고,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외부의 입김이 개재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2013-10-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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