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숲에서 찾는 국민행복/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숲에서 찾는 국민행복/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입력 2013-09-27 00:00
수정 2013-09-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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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행복’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심리학자, 경영컨설턴트, 자기계발 전문가, 사회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행복위원회’를 만들고 ‘행복헌장’을 정했다. ‘행복헌장’은 행복을 위한 지침 1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친구·일자리·사랑·가정·음식·건강·운동·휴식·웃음·미소 등인데, 이 중 음식·운동·휴식·웃음 같은 몇몇 항목은 다른 지침 중 하나인 ‘건강’을 충족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심신의 건강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한 생활의 기본이자, 중심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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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최근 정신적, 신체적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숲 방문객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경향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과거 우리 숲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심하게 황폐해졌다. 그 이후 1970∼80년대에 성공적으로 녹화사업이 이뤄졌고 1980∼90년대에 지속적인 숲 가꾸기 작업 결과, 2000년대에 들어 비로소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1960년대 초 불과 10㎥/㏊이던 임목축적(나무의 양)이 한창 자연휴양림 조성을 시작하던 1992년에는 42㎥/㏊로 늘었고, 2002년 67㎥/㏊에 달하는 등 선진국과 같은 그린 인프라(Green Infra)를 갖추게 됐다. 2010년 임목축적은 126㎥/㏊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1960년대와 비교할 때 숲이 12배 이상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쾌적한 자연환경과 혜택을 ‘숲 복지’라고 한다.

지난 4월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1.6%가 연 1회 이상 숲을 찾고 있으며 연간 누적 산행인구는 4억 1400만명에 이른다. 숲에서 하는 활동도 경관 감상, 등산을 넘어 숲길 걷기, 숲 치유, 캠핑, 숲 해설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층의 폭도 넓어지는 추세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꾸준히 숲을 찾는 데에는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심리적·감정적 변화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숲에서는 안정적 뇌파인 알파파의 증가,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의 감소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걱정과 근심이 줄어들고 안정감을 얻게 된다. 숲에서의 활동이 긍정적인 기분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우울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일례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 숲이 있는 양로원과 숲이 없는 양로원 노인들의 행복감 및 건강 상태를 비교해 봤더니, 숲이 있는 양로원의 노인들이 심리적으로 훨씬 행복감을 느꼈고 실제로 아파서 병원을 찾는 횟수도 적었다고 한다. 또한 신체적으로도 숲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면역력이 높고 폐기능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여름 산림과학원에서도 천식이나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3박 4일 동안 경기도 양평군 산음리 숲속에서 캠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염증 수치 감소, 면역반응 증가, 긍정적 심리상태 등 아이들의 증상 완화 효과가 있었다. 이외에도 유방암 수술 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가 숲 활동을 했을 때, 병원에서 치료만 받는 것보다 더욱 좋은 회복력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숲에서는 심리적·육체적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태교의 숲, 산림욕장,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도시 숲, 학교 숲, 숲속 야영장, 산림공원 등을 통해 온갖 형태의 산림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숲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전문가들이 만든 세대별·계층별 맞춤형 숲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 세계 100위권에 머물고 있는 국민행복지수도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을 국정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해 숲을 국민의 일터·쉼터·삶터로 재창조한다면 희망의 새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숲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과 더불어 임업을 진흥시켜서 국민들도 행복해지고 함께 산주들도 행복해지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숲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소한 숲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국민적 노력과 지원이 중요하다.

2013-09-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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