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현대 여론정치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단순한 평가 결과나 인기도가 아니다. 지지도는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과 효율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해 지혜롭게 관리해야 하는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지지도에 매달리거나 영합하는 포퓰리즘도 문제이지만 지지도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만 하면 된다고 한 대통령 가운데 성공한 국가지도자는 없었다.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은 평소에 외교와 민생 정책 등으로 대통령 지지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복지 증세처럼 인기는 없지만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중요한 국가정책들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은 지금 그동안 축적한 대통령의 지지도를 밑천으로 어떤 국가 의제를 시행하고 싶은지, 또 필요한 대통령 정책 의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동력을 어떻게 추가로 마련할 것인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미국 의회에서의 영어 연설과 중국 칭화대학에서의 중국어 연설 등에서 발산된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의 개인적 매력,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와 재가동을 둘러싼 까칠한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원칙과 신뢰, 인내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임기 초반 외치(外治)를 통한 대통령과 국민 간의 가치와 정서의 공유 결과인 셈인데, 이러한 외치의 지지도 상승은 이미지 관리 측면이 강하고 따라서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문제가 있다. 임기 초반 내각과 청와대 인선과정 등 지지도를 40%대로 후퇴시켰던 불통의 이미지, 사회통합의 실패, 그리고 민주주의 후퇴 우려가 재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지금 70%까지 다다른 박 대통령 지지도는 정점을 찍고 다시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형국이다. 2% 이하 저성장, 전세난과 가계부채, 높은 실업률을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민생을 어떻게 챙기고 있는지, 창조경제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의 중산층 세금인상 발표와 증세 없는 복지 논란 과정에서 국민들은 어떤 복지정책을 위해서 내가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설득이 되지 않아 분노를 터뜨린다.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문제나 최근 양건 전 감사원장의 외압 사퇴설은 민주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희생을 통해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리지나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문턱에 걸려서 뭔가 난관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는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를 놓고 방황하고 있다. 비전 공유와 설득의 대통령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 기적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 국민들은 국가적 위기 때마다 그러했듯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비전만 제시된다면 어떠한 노력과 희생, 봉사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리더십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을 베풀어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희생들을 결집해서 집단적인 에너지로 분출해 내는 역량에 있다. 복지 국가의 비전을 먼저 보여주시라. 국민들은 얼마든지 세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 감사원, 검찰,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희생정치를 펴시라. 국민들은 성장과 복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대통령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
2013-08-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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