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3-07-04 00:00
수정 201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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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21일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 체계 선진화 태스크 포스(TF)’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내부 준독립기구화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기구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 TF의 ‘업적’(?)을 무색하게 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발표와 지적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본질적인 쟁점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금융감독 체계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의 연구 결과(마시안다로 등, 2008)에 의하면 우리나라 금융감독 독립성 순위는 선진국(25개국)과 개발도상국(30개국) 55개 국가 중에서 거의 최하위인 48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금융감독 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왜 금융감독의 독립성이 중요한가. 그것은 정치권이나 정부로부터 독립된 금융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융 불안정이 발생하여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도 감독기구를 정부로부터 독립된 ‘특수 공법인’ 형태로 만들고, 감독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어떤가. 정부기구인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 정책 권한을 갖고 있으니 독립된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정책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은 금융감독 정책이 금융산업 정책에 압도되어 제대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욱이 감독기구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원적인 체제로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그래서 두 기관 사이에 갈등과 마찰이 일어나고,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전형적인 감독의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금융위원회의 제재권 강화와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준독립기구화 방안을 제시한 TF 보고서는 졸작 중의 졸작이다. 애당초 TF가 출범할 때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라면 거의 예상할 수 있었다. 이해 당사자인 금융위원회가 TF 위원을 선임하였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나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금융감독혁신 TF’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국무총리실이 발주한 2012년 연구 용역 보고서는 금융감독기구를 정부 조직으로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관치금융’이 심해질 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금융감독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모색할 수 없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에서 이해 당사자인 금융위원회와 정부 관련 부처는 배제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든가 아니면 국회가 주도하여야 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든가 아니면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올바른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외국도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설치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다. 영국, 호주, 캐나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문제투성이인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바로잡을 수 없다.

정부는 금융감독권을 계속 가지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금융산업정책 업무만을 수행해도 충분하다. 금융감독 업무는 ‘공적 민간 기구’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 금융감독의 기본 원칙인 독립성·전문성·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고, 효율적인 금융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제2의 금융위기를 막으려면 하루빨리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고쳐야 한다. 다음 정부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2013-07-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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