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교수
장관 인선이 왜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최근 까다로워진 검증 등으로 일부 인사들이 고사하는 경우가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적합한 인재 풀이 넓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당선인과 주변 몇 분들이 기존의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을 물색하다 보니 그 한계를 보인 것이다. 물론 예서 제서 자천타천으로 추천을 받아 나름대로 대상자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제한된 몇 개의 통로만으로는 널리 최적의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추천을 받은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당선인 주변에 기웃거린 사람들일 텐데, 이런 분들치고 실제로 튼실한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 중에는 도덕심이나 공공의식이 박약하고 번드르르한 말에 비해 실력이 부족한, 특별한 직업 없이 정치를 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다. 또 결례가 될지 모르나,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뼈대 있는 대학 교수라면 시간이 부족해서라도 어려운 일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권력 주변을 열심히 서성이는 교수도 적지 않다. 개인의 영달과 기득권을 위해 권력의 한 자락이라도 잡아 보려고 실세들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연유로 제대로 된 인재를 구하는 일은 난제 중 난제다. 오죽했으면 인사가 만사라 했을까. 그러나 좋은 장관 후보 찾는 것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일도 아니다. 시각을 조금 바꿔 보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과거처럼 부처의 의견을 묻지만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실제로 이들이 추천한 후보들 중에서 물색해 보면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정치성에서 자유롭고 상당한 행정 경험과 인적 정보를 갖춘 과장급 공무원들의 총의를 모아 보면 좋을 것이다. 이들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정치인, 관료, 교수,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 중 해당 부처 장관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의 겉과 속을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볼 수 있는 족집게 도사들이다. 이들을 통과한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검증 문제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이들 앞에서 반짝 스타나 거품 도사, 권력 지향형 해바라기, 부도덕한 사람들이 설 자리는 없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관료들을 무사안일하고 무능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관료는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제도인 관료제를 끌어가는 행정의 달인들이다. 최근 우리나라 행정시스템은 선진국 정부에 앞설지언정 뒤지지 않으며, 우리 공무원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좀 과장한다면 장관이 누가 되든,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관계없이 이런 관료와 행정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은 국정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살아간다. 이들 전문 행정가는 그들을 이끌고 그들과 호흡을 맞추어 최적의 행정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이 같은 국민들의 기대는 고스란히 새 정부의 숙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그래서 국민은 새 정부가 하루빨리 체제를 갖춰 출발하기를 바라고 있다. 새 정부의 순탄한 출범을 위해서는 그 단초라 할 수 있는 조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2013-02-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