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MB가 꿰어야 할 민심의 단추/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MB가 꿰어야 할 민심의 단추/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입력 2012-12-27 00:00
수정 201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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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대한민국의 2012년은 12월 19일의 대통령선거와 함께 저물어 간다. 그날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날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실망의 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과반수 지지로 종북은 절대로 아니라고 믿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선택했다. 순국선열이 피로써 획득한 자유와 민주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가치가 훼손될 수 없다는 사실을 108만표 차이로 꾸짖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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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그러나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2월 25일 시작된다. 따라서 두 달가량 남은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원활하게 국정을 인계받지 못한 것을 기억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에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협조하지 않았고, MB 인수위의 정책과 공약을 틈만 나면 비난하고 국정을 팽개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새로운 정부가 그렇게 시작되어서는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여도 국정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

물론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후일에 이루어지겠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룩한 성과는 그 어떤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CNN이나 BBC 등 국제 언론은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투기등급으로 분류했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게 매겼다. 그뿐이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核)안보 정상회의 개최 등,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렇게 국가위상을 드높인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평가였다. 대한민국은 이미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원래 대통령은 군사조직의 우두머리인 통령(統領) 가운데 가장 큰(大)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그것은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국토안보, 즉 치안질서를 확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위협세력으로부터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음모론이 금수강산을 뒤흔드는 무법천지도 방관했다. 결코 법치의 준엄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 및 북방한계선 침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영토위협 등 해외세력으로부터 수차례 국가위신을 손상당하는 일을 겪었다. 이 모든 것이 전문용어로는 정보 실패(intelligence failure)에 기인한다. 정보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방책은 국가정보기구의 혁신밖에는 없다. 현재의 국내정보와 해외정보가 통합된 비대한 국가정보 체계와 비전문적인 운용으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제2, 제3의 정보 실패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진정한 성패는 남은 임기에 달려 있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헌법 제69조의 취임선서문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영토주권에 대한 개념도 상실했고, 법치의 무능함으로 인해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자유와 자율의 소중한 가치를 포퓰리즘의 쓰나미에 방치했다. 17대 이명박 정부는 제18대 박근혜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이루며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도록 악역을 해서라도 정지작업을 해 놓아야 한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 등에서 첫째, 자유와 민주 그리고 평화통일의 지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임을, 둘째, 북방한계선(NLL)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선이고 독도는 우리영토임을, 셋째, 김정은 노동당정권이 대한민국의 주적임을, 넷째, 엄격한 법 집행으로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함을 만천하에 엄숙히 선언해야 한다.

이것은 참여정부 때의 언어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정이념에 대해 대못을 박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에 대해 대못을 박고, 차기정부에 정통성 있는 대한민국을 인계하여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확고한 치안질서와 튼튼한 국가안보 위에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떠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의 단추를 올바르게 꿰는 길이다. 대통령 임기 두 달은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 않겠는가?

2012-12-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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