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은 1000명당 의사수가 2.6명으로 우리와 같다. 의료 현장은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4월부터 ‘의사 근무 개혁’이 시작된다. 의사의 시간외·휴일 근무에 상한을 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새 상한선조차 과로사 기준을 넘는 병원이 여전히 많다. 의사들이 근무 시간 외 교육·연구를 해도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이 단체는 “의사 증원 없는 개혁은 의사 부족의 고착화, 의료 제공 체제의 감소를 낳고 지역 의료와 교육·연구 기회의 축소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해결책은 의사 증원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의사수를 OECD 평균(3.7명)이 되도록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신문 2월 14일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참화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의료를 책임져 온 다카노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원전 반경 30㎞ 이내에 있어 피난 대상인데도 원전 폭발 이후에도 병원장은 병원을 버리지 않았다. 지진 당시 101명의 환자가 있었으나 정전과 물자 부족, 방사능 피해를 함께 견디면서 지역 의료를 지켰다.
위기는 2016년 다카노 히데오 원장이 81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찾아왔다. 원장 부재로 병원 경영이 악화됐다. 외부에서 의사를 데려와 병원을 근근이 꾸려 오다 최근에 병원 경영과 재건을 맡아 줄 60세 의사를 찾았다.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한다”는 다카노 원장 유지를 받들어 위기를 극복하며 지역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
일본처럼 현장 의사들이 의사 부족으로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도달했을 법한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데도 의료환경 개선이나 의료의 질보다는 의대 증원 막자며 가운 벗고 병원을 뛰쳐나간 의사를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황성기 논설위원
2024-02-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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