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방화벽/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방화벽/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4-01-03 23:58
업데이트 2024-01-0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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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참변을 부른 서울 아파트의 화재 사고 직후 내가 사는 아파트가 달라졌다. 저층에 사는 터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통해 1층에 내려가는 일이 많은데 층마다 방화 철문이 굳게 잘 닫혀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관리사무소는 방화 철문을 잘 닫도록 안내 방송을 하곤 했다. 하지만 닥치지 않으면 쉽게 잊는 것일까. 직원들이 철문을 닫아도 주민들이 볕이 안 들어오고 불편해서 그런지 이내 열려 있기 십상이었다.

습관이나 기억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기억이나 문화가 하나의 현상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려면 끊임없이 망각이 작동해야 한다는 프리히드리 니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기억의 동물이자 망각의 동물이다. 방화 철문은 언제까지 잘 닫혀 있을까. 한 달? 반 년?

아파트도 진화 중이다. 방화 철문을 무심코 열어 두지 않도록 자동으로 만들거나 열려 있으면 경계등이 들어오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생각을 부른다.
황성기 논설위원
2024-01-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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