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런 안일함에 가혹한 경고를 주는 걸까. 몇 년 사이 가까운 곳에서 암에 걸린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결국 홀연히 먼길 떠나 버린 선배들도 있다. 세상과 사람을 많이 사랑한 이들이었다. 채 마무리짓지 못한 생과 아끼는 이들을 두고 홀로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메어 온다.
물론 쾌유하고 다시 새 출발을 약속하는 이들 또한 있다. 톨스토이는 ‘삶은 죽음이라는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뛰어난 사기꾼’이라고 했다. 좋은 종결을 향한 과정이 삶이다. 언제일지 모르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 없이 걸어야 할 길이다.
2023-01-11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