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제·오늘 시간에 차이가 있을까. 시간은 그대론데 우리의 관념만 바뀌지 않나 싶다. 대나무가 마디를 경계로 자라듯 새해맞이 행사는 1년이란 시간 단위로 거듭나려는 인간의 주술의식 같다.
산다는 건 희로애락이라는 4막짜리 연극 하기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젊은 배우의 변화무쌍한 낯빛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노여운 상황에서도 비난 대신 심호흡을 가다듬는 노배우의 자제력은 품위 있는 인생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인생극의 러닝타임이 예년보다 길어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커튼을 내려야 하는 무대다. 무념무상의 경지엔 다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아옹다옹하며 살지는 말자.
2023-01-04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