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벼를 수확하고 난 뒤 남은 볏짚을 트랙터 비슷한 기계가 한참을 다니며 긁어모으더니 커다란 볏짚 더미를 하나씩 툭툭 토해 내듯 떨어뜨리며 지나간다. 그러고는 볏짚 더미를 기계로 빙글빙글 돌려 가며 비닐로 여러 겹 단단히 묶는다. 공정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몰라도 그만일 이 물건의 정식 이름은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 한자어와 영어의 조합인데 둘 다 낯설다. 밀봉 포장해 발효시킨 뒤 소 등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고 한다.
어릴 적 시골 외갓집에서 보던 볏짚 노적가리 쌓인 가을 들녘은 이제 없다. 어린 마음에도 왠지 쓸쓸한 느낌 주던 늦가을의 장면. 머릿속에서만 선명한 풍경이 돼 버렸다.
2022-12-01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