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울적해진 마음을 위로한 것은 역설적으로 쓰러질 뻔하다 살아난 소나무들이었다.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다 바로 옆 소나무에 걸려 죽음을 면한 소나무들. 옆의 ‘동료’가 없었다면 그대로 쓰러져 뿌리를 드러낸 채 죽었을 나무들이다. 여전히 잎이 푸른 걸 보니 살아 있는 게 분명하다. 이제 누군가 받침대를 대 바로 세우면 천수를 누릴 것이다. 인간 세상도 이처럼 기대고 받쳐 주는 소나무들 같았으면.
2022-10-05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