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나이가 늘수록 함께 느는 게 건망 아닌가 싶다. 40대 중반, 침침한 눈이 나이를 일깨우더니 50대 중반을 넘기고부턴 건망이 수시로 나이를 일깨운다. 자료를 찾으려 노트북을 열었다가 뉴스만 보고 닫는가 하면, 늘 보던 승용차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주방 싱크대 위에 돈다발 5000여만원을 감춰 놓고는 경찰이 찾아 들고 갈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80대 어르신 얘기가 뉴스에 보인다. 아무리 되짚어도 돈을 숨겨 놓은 기억은 없는데, 섬뜩하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소중한 무엇을 지금 잊고 있진 않은가. 2022년도 절반에 다다랐다. 이젠 세월마저 깜빡한다.
2022-06-10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