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처음 그 얘기를 듣고는 박장대소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혜’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거실에 앉아 있어도 일하다가 잠시 쉬러 나온 것일 수 있다. 반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일을 끝내고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는 것일 수 있다. 집에서의 일과 쉼 표시가 명확지 않다 보니 대놓고 물어볼밖에….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또 다른 지인은 은퇴한 뒤 2층을 사무실로 선포했다. 아침 9시에 2층으로 올라가 오후 5시에 1층으로 칼퇴근한다. 2층에 있을 때는 ‘출근 상태’이니 쓰레기를 버리라는 등 집안일을 시키지 말라는 엄포도 놨다나.
평범한 시민들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알아서 자율과 규범을 찾아간다. 정치권도 그런 기제가 작동하면 오죽 좋으랴.
2022-04-05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