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바야흐로 인사철이다. ‘임시 직원’이라는 임원은 해마다 이맘때면 간이 쪼그라든다. 휴대전화를 놓을 수 없다. 기다리는 연락이 있어서가 아니다. 화면에 ‘사장님’이 뜨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고 한다. 올 것이 왔구나. 연말에 윗분이 전화해 잠깐 보자고 하면 십중팔구 “그동안 감사했다”로 시작한단다. 그러니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읊조리는 임원들에게서 웃픈 진심이 느껴진다.
지인들의 희비에 덩달아 마음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몇 달 혹은 몇 년 뒤 인생 2막을 씩씩하게 여는 사람이 많지만 희비가 갈리는 그 순간만큼은 좀체 무념(無念)해지지가 않는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900명 넘는 직원을 화상회의에 초대한 뒤 그 자리에서 해고를 통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해 주요 기업 인사의 화두는 세대교체다. 30~40대 임원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다. 올겨울도 어김없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누군가에게는 스산하리라.
2021-12-14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