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동묘의 인파/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묘의 인파/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20-11-12 20:40
수정 2020-11-13 01:3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동대문을 지나 신설동으로 향하는 길목의 서울 숭인동에는 보물 제142호로 지정돼 있는 동묘(東廟)가 있다. 사당 안에 모셔진 인물은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명장 관우다. 정식 명칭은 동관왕묘. 중국 뤄양의 관우묘 관림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제법 규모가 크다.

중화권에서 관우는 충신·용장을 넘어 공자 반열의 성인과 신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전 세계 화상(華商)들은 점포 한구석에 관우상을 모셔 두고 매일 향불을 피워 기도한다. 대표적인 재물신 가운데 하나로 모시는데 유비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의 밑바탕인 신의, 100전 100승의 불굴의 승전 신화 등이 민간신앙으로 굳어져 그를 경외하면 큰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동묘 담벼락 밑을 비롯해 그 주변에는 날마다 벼룩시장이 선다. 2000년대 초 청계천 복원 사업이 시작된 이후 중구 황학동에 있던 벼룩시장 상인 중 일부가 이곳에 터를 잡았다.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지만 특히 ‘골라잡아 1000원’ 하는 구제 옷시장에 요즘 들어 부쩍 인파가 늘었다. 바이러스가 침투할 틈조차 없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동묘에 관우를 모셨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재물신 관우의 영험한 능력이 발현되길 기원해 본다.

stinger@seoul.co.kr

2020-11-13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