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화 ‘짱뚱이’/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만화 ‘짱뚱이’/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0-06-03 22:42
수정 2020-06-04 02:2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부지런한 초여름 해보다 더 일찍 일어난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새벽녘부터 마루에 나와 낄낄거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 보니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배꼽을 부여잡고 정신을 못 차린다. 그리고 만화책을 덮은 뒤 퍼붓는 질문 공세. “곤로가 뭐야?”, “라면에 왜 국수를 넣어 먹어?”, “옛날엔 바나나가 그렇게 비쌌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1960년대, 그것도 꽤 벽촌인 마을 일상을 담은 책이니 ‘산업화 세대 아빠’에게도 어렵다. 해질 무렵엔 얘들 엄마가 또 같은 만화책을 보면서 함참 웃어대다가도 잠시 뒤엔 눈물 찍어내느라 바쁘다. 그러다 모녀 간 궁금증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 피우기 바쁘다.

집안이 만화 ‘짱뚱이’에 푹 빠졌다. 짱뚱이 시리즈는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법한 옛날 얘기이건만 흡입력이 높다. 마을 잔치마다 나타나는 일꾼이자 거지인 살강쇠 얘기, 몸이 아픈 동생을 귀찮아 하다가도 속깊은 정 드러내는 얘기, 키우던 개가 홀연히 사라져 안타까워하는 얘기, 아이 눈에 비친 시골장날 풍경은 정겨움 그 자체다. 세대 간 듬직한 다리가 놓인 듯하니 반갑고 기쁘다. 아이가 자꾸 물어오는 전라북도 사투리에 답하는 게 은근히 어렵다.

youngtan@seoul.co.kr
2020-06-04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