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20-06-02 21:30
수정 2020-06-0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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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은 미국 워싱턴DC와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등에 특파원을 보낸다. 이 중 미국 워싱턴DC가 가장 뜨겁다. 한국의 유력 정치인 등이 자주 방문하기에 끈끈한 인간관계를 쌓고, 기업 해외 주재원과도 다채로운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안전하고 다채로운 경력 관리가 가능한 미국 워싱턴DC.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이전 시절의 상식이다.

코로나19로 3월부터 워싱턴DC도 봉쇄됐다. 워싱턴 특파원들도 대사관에 전화해 취재하거나 방구석 1열을 차지한 채 CNN 등을 시청하면서 국제부 기사를 송고하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월 25일 이후 워싱턴DC는 분쟁국만큼이나 험지가 됐다.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8분45초 목을 눌려 사망한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를 취재하러 나가려면 코로나와 시위대, 경찰의 진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5월 31일 밤에는 급기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벙커로 몸을 숨길 만큼 상황이 위급했다. 코로나가 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듯이 흑인 차별에 반대하는 미국의 시위대에는 남녀노소가 모두 뛰어든 것 같다. 억울하게 죽으며 플로이드가 남긴 한마디가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2020-06-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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