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쪼들림의 이유/장세훈 논설위원

[길섶에서] 쪼들림의 이유/장세훈 논설위원

장세훈 기자
입력 2020-05-25 21:46
수정 2020-05-2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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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얘기다. 지난 주말 미뤄 놨던 숙제를 하듯 아내와 동네 점포를 돌며 지원금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충동적 소비로 비치지는 않았다. 지원금 액수보다 여전히 돈을 써야 할 데가 훨씬 더 많으니 씀씀이의 우선순위를 따진 결과로 여겨진다. 예상하지 않던 수입이 생겨 일시적으로나마 심리적 여유를 느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봐도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 월급쟁이는 거의 없는 듯싶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도 이른바 ‘월급텅장’(텅 빈 통장) 잔액이 덩달아 늘어나지는 않는다. 맞벌이든 외벌이든 통상 수입에 맞춰 지출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 아닐까. 핵심은 수입은 지극히 예측 가능한데 지출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돈 쓸 데가 줄어들면 좋으련만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구멍이 늘 생기고, 이를 메우느라 허덕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수입이 많으나 적으나 대동소이하다.

늘어나는 지출에 맞춰 ‘나이롱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쪼들림의 이유가 아닐까. 부모님의 그늘에 있었을 때 투정을 부리듯 받아 냈던 이런저런 용돈의 값어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05-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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