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신록예찬/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신록예찬/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20-04-28 17:24
수정 2020-04-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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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자리 신록이 움텄다. 불과 며칠 전 현란한 축제를 벌였던 숲속에 푸르름이 짙어온다. 산책 길, 한참이나 눈길을 머물게 했던 색의 향연은 벌써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대신 담백한 연둣빛 세상이 나를 반긴다.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수필가 이양하 선생의 ‘신록예찬’의 한 구절이다. 학창 시절 그 깊은 의미도 모르고 그저 머릿속에 집어넣기 급급했지만 이젠 제법 가슴으로 그 뜻을 새겨 본다.

지하철, 버스 안의 사람들의 표정도 신록의 풋풋함을 닮아선지 한결 넉넉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벌써 한 달이 넘어섰다. 어쩔 수 없이 서로 밀어낸 그 간격이 이제 좁혀질 날도 머지않았다. 한적한 북한산 오솔길도 좋고, 동네 야산이면 어떤가.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고 했다. 힘들고 각박한 시기,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며 신록의 힐링 효능을 한번 경험해 봐도 좋을 듯하다.

oilman@seoul.co.kr
2020-04-29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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