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디지털 격차/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디지털 격차/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02-16 22:42
수정 2020-02-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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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에 사는 엄마는 서울을 오갈 때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나이는 일찌감치 지났지만 지하철은 오래 걸리고 불편해서다.

그날도 엄마는 늦은 오후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해 평택행 표를 샀다. 표를 받고 보니 승차시간은 도착시간으로부터 2시간 뒤. 주말도 아니었는데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2시간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속상해하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 순간, 다행히 나는 고속터미널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면서 휴대전화에 깔린 앱을 반복 실행하니 40분 뒤 출발하는 버스표가 떴다. 모바일 예매하고 현장 발권으로 엄마를 고속버스에 태웠다.

엄마의 휴대전화는 2G 폴더폰으로 들고 다니는 공중전화에 가깝다. 내 스마트폰은 언제나 쓸 수 있는 성능 좋은 컴퓨터다. 엄마는 “주민센터에서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쳐 주는데 배워야지” 하고 다시 다짐한다. 배우면 반복 실행하면서 출발시간과 좌석을 고르고, 결제를 위해 카드번호 등을 입력할 수 있을까.

엄마 전화기를 최신 기종으로 바꾸고, 내가 예매해서 메시지로 보내는 상황이 될 거 같다. 기술은 발달했는데 엄마가 고속버스 표를 사기는 되레 어려워졌다. 기술 발달이 모두에게 좋지만은 않다.

lark3@seoul.co.kr
2020-02-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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